[바이블시론-박진석] 거목의 그늘이 그립다

입력 2013-08-08 18:06


터키를 여행해 보면 곳곳에서 국부로 존경을 받고 있는 초대 대통령 케말 파샤의 동상이나 액자를 볼 수 있다. 그의 정치적 공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터키인 대부분의 가슴 속에 케말 파샤는 존경받는 나라의 아버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즈음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 문제로 언론과 방송이 연일 시끄럽다. 이 문제가 다시금 크게 터져 나오는 이 시점에 이와는 대비가 되는 또 다른 전 대통령의 사진과 미담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리더십이란 감동된 영향력”

지난 7월 24일 미국의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머리를 삭발한 채 그의 무릎에 또 다른 삭발한 2살 남자 아이 패트릭을 안고 찍은 사진이다. 자신을 경호하는 26명의 경호 대원 중 한 명인 존의 아들, 백혈병으로 투병 중에 있는 패트릭과 그 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삭발 캠페인에 동참했던 것이다. 자신도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에 있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는 60년 전 4살 난 딸을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중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인간미 넘치는 삭발 응원은 이미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역사의 거목이 남겨주는 감동의 그늘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시기에 보이는 두 전임 대통령의 영향력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부러움이 크다.

미국의 탁월한 목회자 찰스 스윈돌은 리더십에 대하여 아주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정의를 내린 바 있다. “리더십이란 감동된 영향력이다.(Inspired Influence)” 우리 시대의 비극은 감동된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리더의 영향력은 그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다. 각 분야의 거목과도 같은 리더들은 중요한 사회적 자산인 것이다. 큰 역할을 감당했던 리더들은 은퇴 이후에도 그 사회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계속 발휘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의 전·현직 리더들은 감동이 있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하여 스스로를 계속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인재 아끼는 사회적 풍토 필요

좋은 리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좋은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다. 척박한 땅에는 나무가 잘 자라나지 않는다. 오래 전 미국 북서부의 아름드리 레드우드 나무가 꽉 들어찬 국립공원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와 같은 거목의 숲이 가능했던 것은 습한 기후와 함께 비옥한 토양 때문이라고 들었다. 거목과도 같은 좋은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기에는 우리 사회의 토양은 너무 척박하고 산성화되어 있는 것 같다. 건전한 비판과 함께 격려와 칭찬 그리고 인재를 아끼는 사회적 풍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전·현직 리더들의 모범적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인재를 아끼고 가꾸는 성숙한 민도도 절실하다고 본다.

성경 히브리서 13장 7∼8절은 목회자로서 늘 마음에 새기게 되는 리더십의 경구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너희에게 일러 주고 너희를 인도하던 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행실의 결말을 주의하여 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으라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리더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을 본받으며 따라간다. 사람들은 그 행실의 결말을 주의하여 보고 본받고 따라가기를 원하는 인생의 스승과도 같은 리더를 찾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죄인들을 위하여 십자가 지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본받아 따라갈 만한 영원한 리더십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박진석 (기쁨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