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교회에 총 난사… 주일학교 어린이 숨져
입력 2013-08-08 17:43
이집트의 교회에 괴한들이 마구 총을 쏴 주일학교를 마치고 나오던 열 살 소녀가 사망했다고 미드이스트 크리스천뉴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일 카이로 근교 아인샴스의 한 복음주의 교회에 수염을 기른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총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교회에서 나오는 시민들을 향해 마구 총을 쏘고는 트럭을 타고 달아났다. 제시 파울리스 이사(10)양이 주일학교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 총에 맞아 숨졌고 수십명의 기독교인이 다쳤다.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총기 난사한 괴한들이 쿠데타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들이라고 전했다.
이사는 이 교회 목사 나스랄라 자카리아의 조카다. 자카리아 목사는 “이집트 전역에서 콥트 기독교인들이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기독교인을 향한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군부의 쿠데타로 물러난 뒤 이집트 전역에서는 격렬한 찬반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무르시의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기독교인들을 향한 공격을 노골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교회를 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독교인이 주인인 상점과 기독교인이 사는 집의 벽에 십자가 모양을 그려 공포감을 주고 있다. 콥트교회의 타와드로스2세 대주교는 주교관을 벗어나 피신했고, 콥트 성직자들이 공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북부 소학 지역의 성조지 교회에서는 알카에다 깃발을 든 시위대가 교회를 둘러싸고 건물을 봉쇄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의 게이트스톤 연구소 레이몽드 이브라힘 연구원은 “지난달 쿠데타 직후 이집트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이만 자와히리가 ‘콥트 기독교인들이 이집트를 기독교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한 뒤부터 기독교인이 표적이 되고 있다”며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인 세이크 유지프 알카라다위도 ‘콥트 기독교인들이 무고한 무슬림을 죽이고 있으니 이들을 처단하라’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