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법개정안] ‘과세형평성’ 내세워 稅收 2조4900억 확대

입력 2013-08-08 17:41 수정 2013-08-08 22:05

박근혜정부가 출범 첫해 단행한 세제 개편은 과세 형평성과 국정과제 이행 재원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근로자들의 ‘유리지갑’에만 눈독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꾼 것과 근로장려세제 확대, 자녀장려세제 신설은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다.

정부가 산정한 고소득자 기준은 연간 총 급여액 3450만원 이상인 상위 28% 계층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소득세는 1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4000억원을 보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으로 1조7000억원을 저소득층에 지급할 계획이다.

기업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줄이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대기업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1조원의 세 부담을 더 지게 된다. 전반적으로 재정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먼저 줄이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에 따라 2조49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2조9700억원을 더 내야 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6200억원을 덜 내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국회를 거치며 수정될 공산이 크다. 여당 내부에서도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재원을 중·고액 연봉자들로부터 마련하는 데 대해 반발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공제율 인하나 종교인 과세, 농수산물 의제매입 공제 등 쟁점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세제 개편안과 함께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는 지난해 20.2% 수준이었던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1% 내외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정부는 “세율 인상, 세목 신설 등 직접적 증세가 아닌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세수 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실상 증세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재원 필요 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되풀이하며 증세 논란을 피해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