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법개정안] ‘면세’ 줄지만 법인세 부담 덜어… 뒤에서 웃는 대기업
입력 2013-08-08 17:41 수정 2013-08-08 22:05
내년부터 대기업의 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복지재원 마련 차원에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대기업의 과도한 면세 혜택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또 대기업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법인세를 사실상 깎아주겠다는 방침을 밝혀 결국 근로자에게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기업 비과세·감면 혜택 1조원 줄인다=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대기업 위주의 투자지원 제도를 대폭 개편해 1조원가량의 세수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단일공제율 10%를 적용하던 연구개발(R&D) 설비투자와 환경보전시설 투자, 에너지절약시설 투자 등 각종 투자 관련 공제율을 각각 대기업(3%), 중견기업(4%), 중소기업(5%)으로 차등화한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공제율을 더 많이 줄여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R&D 준비금 제도도 없애기로 했다. 준비금 제도는 R&D 투자에 쓸 준비금을 미리 적립하면 이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현금을 쌓아두는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몰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대기업은 투자재원 마련에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서 대기업 위주의 투자지원 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했다”며 “대기업 관련 지원 제도는 당분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인세 깎아 기업 경쟁력 지원=하지만 현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 자체는 대기업 친화적인 쪽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법인세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2억원 이하(10%), 2억∼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이상(22%) 등 3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2개국은 법인세가 자본에 대한 세금인 점을 감안해 법인세율을 단일세율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법인세율 구간을 줄일 방침이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가급적이면 3단계 세율을 2단계로 축소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선 세율을 높여 통일할지, 낮춰서 통일할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율 구간을 줄일 경우 최고세율이 22%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세율을 높이는 증세는 기업 경쟁력 강화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인세율 간소화 방침으로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에만 유리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 완화=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 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비해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가족기업이 많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증여세 납부 기준인 지분율을 종전 3%에서 5%로, 정상거래 비율을 30%에서 50%로 높여 적용한다.
예를 들어 세후영업이익 100억원인 A사의 지배주주 B씨의 지분율이 25%이고, 내부거래 비율이 45%인 경우 현재는 1억38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 거래 비율이 50%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내부거래 범위도 확대된다. 앞으로는 지분율 50% 미만 자회사와의 거래에서도 수혜 법인이 가진 지분율만큼의 거래는 내부거래로 인정한다. C기업이 지분율 40%를 가진 D기업에 물건을 팔아 매출 10억원을 올린 경우 현행법에서는 10억원 전액이 과세 대상 거래에 해당한다. 일감 몰아주기 수혜 법인이 50% 이상 지배하는 자회사와 거래할 때만 거래액 전액을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개편안에서는 10억원 중 40%에 해당하는 4억원은 내부거래로 보고 6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