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들, 고공비행… 국제노선 확대로 실적 호전
입력 2013-08-08 17:40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직원들은 요즘 회사의 첫 흑자 전환에 무척 고무돼 있다. 이스타항공은 상반기 4억2000만원의 흑자를 기록, 2009년 1월 취항 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41억원을 감안하면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흑자의 비결은 국제노선 확대였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초부터 중국 부정기편을 대거 늘렸다. 올해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선양 톈진 허페이 등 30개 노선 부정기편을 614차례 운항했다. 꾸이양 타이위안 등 대형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작은 도시까지 구석구석을 공략했다.
때마침 서울과 제주를 찾는 중국 여행객이 폭증했다. 승객 모집에서 이른바 대박이 났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8일 “중국 부정기편의 탑승률은 거의 100%”라고 말했다. 보다 싼 가격에 종전 기종보다 40여명을 더 실어나를 수 있는 보잉 737-800기를 두 대 추가 도입한 것도 수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
실적이 좋아진 건 이스타항공만이 아니다.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도 올 상반기 실적에서 고공비행을 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수송 실적과 매출, 영업이익에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2057억원으로 저비용 항공사 중 최초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6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936%나 늘었다.
진에어도 상반기 매출액 1281억원에 영업이익 29억1000만원을 기록해 4년 연속 상반기 흑자 행진을 이어나갔다. 에어부산도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
저비용 항공사들이 급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노선 다변화다. 특히 대형 항공사가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어려운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 부정기편을 운항한 게 주효했다.
불경기로 알뜰하게 여행을 가고 싶은 국내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저비용 항공사 실적 개선의 배경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근 여행 소비 성향과 우리 항공사가 내세우는 가치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저비용 항공사의 국제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2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4만명에 비해 46.5%나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6.8%에서 9.3%로 증가했다. 특히 비행시간 6시간 이내의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의 경우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인천∼괌 노선에서의 올 상반기 저비용 항공사 점유율은 53.2%나 된다. 김해∼후쿠오카와 김해∼오사카 노선도 저비용 항공사가 각각 52.5%, 28.5%를 차지했다.
저비용 항공사는 수년간 쌓은 안전운행 실적으로 안전 측면에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1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운송표준평가제도(IOSA) 인증을 받았다.
저비용 항공사에서는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과 달리 일부 항공사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제공한다는 원칙으로 호감을 사고 있다. 예컨대 에어부산은 오전 11시∼오후 1시 운항하는 국제선 비행기에서는 기내식을 제공한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하반기에도 노선 확대와 비행기 추가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안전함을 바탕으로 편리한 노선 스케줄을 더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