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위로 받았어요” 한·일 어린이 국경넘은 우정… ‘아힘나 평화 캠프’ 성료
입력 2013-08-08 17:42
7일 낮 경기도 오산 한신대학교 운동장. 30도를 훌쩍 넘은 폭염 탓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아야네(11·여)는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히니타(8·여)는 운동장 한구석에 마련 된 풀장 안에서 연신 물을 첨벙댔다. 2년 만에 몸에 부딪히는 흙과 물의 촉감에 마냥 즐거워했다. 이들이 집밖으로 나와 노는 건 2011년 3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아야네와 히타네는 일본으로 돌아가면 학교 오갈 때 이외는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도 야외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방사능 피폭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야네와 히니타는 일본 후쿠시마에 산다. 2011년 3월 11일은 후쿠시마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난 날이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4일간 한신대에서 열린 ‘한·일 어린이를 위한 치유와 평화캠프’에 초대받아 한국에 왔다. 이번 캠프는 기독교대안학교인 ‘아힘나 평화학교’가 주관하고, ‘1923 한·일 재일 시민연대’ 등이 후원했다. 캠프에는 후쿠시마 지역 어린이 5명과 쌍용자동차 근로자 자녀 6명, 아힘나평화학교 학생 30명 등 80여명이 참여했다. 아힘나 평화학교 교장 김종수 목사는 “어린이들이 국적을 초월해 각자의 삶에서 힘들었던 부분들을 나누면서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캠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공방체험, 한국의 전통악기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자라온 환경도 언어도 달랐지만 함께 웃는 것만으로 친구가 되기에 충분했다. 유카이(10)군은 “한국 친구들과 대화가 될까 걱정했는데 같이 놀다보니 마음으로 이해하고 친해 질 수 있었다”며 “친구들과 앞으로도 연락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노아(9·여)양은 “일본에서와 달리 많이 웃게 됐고,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캠프에는 일본 환경운동가들도 참가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심각성에 대해 알렸다. 일본 야마구치현의 환경운동가 쿠아노 야수오씨는 “매일 약 300t의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인근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며 “앞으로 방사능 피폭의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여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경운동가 안도 키미토씨는 “방사능 피폭의 공포에 시달리는 후쿠시마 주민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안의 방사능 지수를 측정하고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방사능 걱정 없는 곳으로 이사 가길 간절히 바란다”며 “다시 그곳(후쿠시마)로 돌아가야 하는 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김종수 목사는 8일 “캠프는 오늘로 끝났지만 후쿠시마 지역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한신대는 지난 6일 교내 바자회에서 얻은 수익금 전액을 후쿠시마 원전 피해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