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배’ 타고 태평양 129일 항해일지
입력 2013-08-08 17:34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북로드
페트병으로 만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다? 만화에서나 가능할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2010년 환경탐험단체 ‘어드벤처 에코로지(Adventure Ecology)’의 설립자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가 현실에서 이뤄낸 일이다. 환경 파괴 현장을 찾아가 보여주며 환경보호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그는 영국의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내아들로도 유명한 인물.
‘페트병 배 모험’은 2006년 ‘바다 위 1㎢당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1만 7800개’라는 유엔환경연합의 충격적인 보고서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러시아에서 캐나다까지 북극점을 횡단하며 지구 온난화의 폐해를 고발한 뒤 새로운 탐험 주제를 찾고 있었다. 불현듯 떠 오른 생각 하나. 1947년 페루에서 발사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폴리네시아 제도까지 태평양을 항해하며 폴리네시아인의 기원을 확인한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의 ‘콘티키호’ 항해가 그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줬다.
여기에서 착안해 페트병 1만2500개와 재생이 가능한 특수소재 세레텍스, 캐슈너트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유기 접착제를 이용해 ‘플라스티키’를 제작한 것이다. 길이 15m, 무게 12t의 플라스티키는 페트병의 부력으로 물에 뜨고, 돛을 이용해 바람을 타고 평균 5노트의 속력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와 5명의 선원이 2010년 3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앞에서 출발해 호주 시드니항에 도착하기까지 129일, 3083시간 동안 1만4800㎞를 항해한 기록을 담고 있다. 배의 제작 과정부터 태평양 항해 일지까지 매혹적인 모험의 전(全)과정이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한 사람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흥미진진한 모험이 되고, 그것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많은 이들의 깨달음과 동참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우진하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