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 7년만에 새 음반 ‘미러뷰’ “나를 점검코자 거울의 느낌 음반에 녹였어요”
입력 2013-08-08 17:22
밴드 시나위가 최근 발표한 새 음반 이름은 ‘거울을 본다’는 의미의 ‘미러뷰(Mirrorview)’다. 앨범 재킷엔 한 남성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으려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왼쪽 사진). 거울은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에 자주 언급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가령 앨범의 첫 곡 인 ‘미러 룸(Mirror room)’은 ‘거울 속에 비친 미친 얼굴 지우고 싶어/ 나를 가둔 어두운 속삭임도 끝내고 싶어’라는 노랫말로 시작한다. 다섯 번째 트랙인 ‘그건 아니야’엔 ‘거울의 뒷면에 감춰둔 그 추악한 흔적들/ 그 진실을 보고 싶어’라는 대목이 나온다.
7일 서울 대흥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46·기타)은 거울이 갖는 이미지를 비중 있게 앨범에 활용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거울은 내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보는 거잖아요? 음반을 만들며 제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쯤 왔는지 확인한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거울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냈고, 거울이 갖는 느낌을 음반 전반에 녹여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미러뷰’는 시나위가 2006년 발표한 9집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미니음반이다. 묵직하고 거친 정통 록을 바탕에 뒀지만 수록된 노래들을 하나씩 듣다보면 시나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신대철은 ‘보컬+기타+베이스+드럼’으로 곡의 얼개를 짜던 그간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전자음이나 하모니카 소리를 포개고 건반의 비중을 높였다. 앨범엔 타이틀곡 ‘슬픔의 이유’를 비롯해 총 6곡이 담겼다.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편곡된 데뷔곡 ‘크게 라디오를 켜고’도 들어볼 수 있다.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라 부담이 컸어요. 어떤 음악을 만들지 고민하다 생각한 게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를 깨보자는 거였죠. 보컬과 기타, 베이스, 드럼의 구성을 뛰어넘고 싶었어요. 과거엔 밴드가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부분(악기 연주)은 음반에 싣지도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시나위의 음악 영역을 확장해보자’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1986년 신대철이 중심이 돼 데뷔한 밴드 시나위는 한국 록의 요람이었다. 가수 서태지 임재범 김종서 등 30명 넘는 뮤지션이 팀을 거쳐 갔다. 신대철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장남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며 팀의 진용을 다시 짰다. 지난해 ‘일밤-나는 가수다’(MBC) 무대에 함께 선 베이시스트 김정욱(42)을 영입했으며, 올해 1월엔 오디션을 열어 보컬 윤지현(27)을 발굴했다. 시나위는 지난달 31일 광주MBC 음악 프로그램 ‘문화콘서트 난장’을 통해 컴백 무대를 가졌으며, 지난 4일엔 경기도 이천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열린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지현이를 오디션으로 선발했는데, 정말 잘 뽑은 거 같아요(웃음). 특히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마치 10년 넘게 활동한 베테랑 가수처럼 공연하더라고요. 타고난 끼가 있는 친구예요.”
인터뷰 자리엔 김정욱과 윤지현도 동석했다. 윤지현은 “시나위의 멤버가 돼 내 생애 첫 음반까지 내놓게 되니 기분이 정말 좋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정욱은 “시나위의 이번 앨범엔 ‘옛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자평했다.
시나위는 올 연말 또 다른 미니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대철은 시나위를 거쳐 간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같이 활동하다 밴드에서 나간 친구들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 팀을 탈퇴한 건 아니거든요. 돌이켜보면 아주 작은 견해 차이로 갈라서게 된 친구들이 많아요. 이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시 그들과 한 무대에 서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을 거고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