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 운영 송정근 목사 “홈리스 청소년 대책 ‘자립지원’으로 전환해야”
입력 2013-08-07 19:34 수정 2013-08-07 23:14
“가출은 비행이 아닙니다.”
1997년 이래 17년째 경기도 안산에서 가출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운영해온 송정근(52) 목사는 “가출 자체를 비행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믿는다. 신학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1995년 안산역 부근에서 본드 마시는 청소년들을 만난 것을 인연으로 쉼터활동을 시작했다. 7일 안산시 부곡동 쉼터에서 만난 송 목사는 “가출 이후 환경이 아이들을 범죄나 비행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도록 보호하고 돕는 게 어른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현재 거리를 떠돌고 있는 가출청소년 상당수가 이혼, 방임, 가정폭력 등으로 돌아갈 집이 사라진 홈리스 청소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가출청소년이 아니라 탈출한 아이들”이라며 “정부 정책도 ‘귀가’ 대신 ‘자립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송 목사는 몇 년 전부터 ‘청소년의 가출 예방과 자립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부르짖어왔다.
핵심은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주거 및 생계비 지원이다. 가출청소년의 70% 이상은 쉼터 같은 시설 입소를 꺼린다.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가출팸(가출해 모여 사는 청소년 집단)’을 꾸려 원룸, 모텔 등에 산다. 가장 절실한 건 안정적인 잠자리다. 송 목사는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되 계약할 때 음주, 혼숙 같은 비행을 금지하고 관리할 수 있다”며 “거리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잘 곳을 마련할 수 있다면 (정부의) 간섭을 받아들이겠다’는 답변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일종의 ‘가출청소년 신고제’도 제안했다. 현재 국내에는 가출청소년 규모에 대한 국가 차원의 데이터가 전무하다. 송 목사는 “청소년들을 재우는 모텔, 원룸의 주인이나 이들을 채용하는 고용주는 반드시 국가에 신고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적어도 아이들이 어디에, 얼마나 숨어있는지는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특별법에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가출을 신고하고 귀가가 불가능한 상황이 인정될 경우 별도의 독립가구로 인정해 기초생활수급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긴급상황에 빠진 아이들이 도움을 청할 청소년쉼터에 대한 투자 역시 절실하다. 송 목사는 “현재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쉼터를 국가시설로 전환해 질과 양 모두 제고해야 한다”며 “시·도별로 경쟁적으로 짓고 있는 청소년수련관 건립비용의 10%만 가출청소년들을 위해 쓰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소년 한 명은 우리의 미래였다.
“가출청소년이 마냥 10대인 건 아닙니다. 16∼17세 아이들을 2∼3년만 도와주면 금세 세금 내는 건실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딱 그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고 보호해주자는 것입니다. 그 돈 아끼자고 돕지 않으면 사회는 아이를 평생 먹여 살려야 합니다. 저출산이라고 온 사회가 걱정인데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는 건 경제적으로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안산=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