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새 사업자 ‘흥국생명’ 가닥

입력 2013-08-07 19:00

서울시와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문제로 갈등을 빚은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이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뗀다. 이 자리에는 흥국생명 등 투자자 3곳과 자산운용사 2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다. 맥쿼리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 민자사업에서 투자자가 철수한 최초 사례가 된다. 향후 지방자치단체들과 각종 민자사업 운영사와의 협약 내용이 상당히 바뀔 전망이다.

◇흥국생명 컨소시엄으로 가닥=시는 흥국생명 등 예정 매수자들과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메트로9호선㈜ 사업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자산운용사 2곳이 기존 대주주 현대로템(25%)·맥쿼리(24.53%) 컨소시엄의 지분을 인수하고, 흥국생명 등 투자자 3곳이 자금을 운용하는 형태가 유력한 상황이다.

협상은 현재 기존 주주와 예정 매수자 간 지분 관련 협상, 시와 예정 매수자 간 실시협약(운영구조 등) 변경 협상, 세부 운영비용에 대한 협상 등 3개 분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시는 요금 결정권을 시가 갖도록 하고, 운영비 규모를 기존보다 10% 가량 줄이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업자 손실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수익률은 기존 8.9%보다 크게 낮아진 명목수익률 4%대, 확정수익률 2% 미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아울러 시는 운용사 이사회 구성과 대표 임명에 시가 참여하는 내용을 실시협약에 포함시키고, 1000억원대 시민펀드를 발행해 시민들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 사업 주도권 잡는다=시는 이번 지하철 9호선 협상을 계기로 다른 민자사업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호선 측의 일방적 요금인상 추진으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메트로9호선㈜은 지난해 2월 기본요금을 105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운임변경 신고를 냈지만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시가 운임신고를 심사하고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시는 MRG를 폐지하고 요금 결정권을 갖겠다는 실시협약을 발표하고 예정 매수자들과 공식협상을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에도 투자하고 있는 맥쿼리로서는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9호선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아울러 시는 경전철 사업에서도 민간사업자들과 계약 시 요금 결정권 확보와 수익률 축소를 적용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시가 요금 결정권을 갖고, 확정수익률을 낮추면 시민 비용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