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족에 점령당한 장애인 주차장… 주차증 위조 기승 인터넷 도배

입력 2013-08-08 04:58


“장애인주차증 주문 가능한가요?” “당연하죠. 똑같이 만들어 드려요.”

7일 인터넷에서 ‘문서 위조’를 검색해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장애인 자동차표지 위조를 문의하자 곧바로 “문제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도심 주차난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일부 차주들이 공문서 위조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일반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을 침범하는 건 아주 빈번한 일이 됐다. 시민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문서까지 위조하는 얌체 차주들=지난달 31일 대전 대덕경찰서는 폐차된 차량에서 뜯어낸 장애인 주차증에 자신의 차량번호를 적어 이용해 온 A씨(56·여) 등 3명을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폐차된 차량을 찾는 것보다 쉬운 방법은 직접 위조하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장애인 주차증’을 검색하면 아예 연관 검색어로 ‘장애인 주차증 위조’가 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위조 방법을 검색했다는 것. 위조 업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한 표지제작 사이트에는 장애인 주차증 위조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간단한 재료와 약간의 포토샵 프로그램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주차증을 사고파는 행위도 암암리에 이뤄진다. 일부 장애인이나 그 가족이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돼 있는 차를 중고로 팔면서 장애인 주차증까지 같이 넘기는 경우도 있다.

◇‘양심불량’ 차량에 장애인 주차구역도 주차난 시달려=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 지하 1층 주차장. 지상과 통하는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마련된 장애인 주차구역은 장애인 스티커가 없는 일반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차량 주변 곳곳에는 ‘장애인 차량 외 주차를 절대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민 이모(30)씨는 “이 건물에 3년 살았는데 실제로 장애인 주차증이 붙어있는 차량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차피 비워둘 바에야 일반 차량이 주차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강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색 장애인 주차증을 부착한 대형차 한 대가 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대형차 차주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일반 차량이 들어와 있는 것에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이 차량 옆에 나란히 주차했다.

비장애인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현행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내 웬만한 장애인 주차구역은 ‘양심불량’ 일반 차량들 때문에 주차난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장애인 주차구역은 이동하기 가장 편한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너비도 넓다. 이 때문에 일부 고급차 운전자들은 과태료를 감수하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기도 한다. 차가 긁힐 경우 들어가는 수리비보다 과태료가 차라리 싸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노상주차장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늘리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에 권고했다.

글·사진=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