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총회 석달도 안남았는데 계속되는 대립 어떡하나… “보수·진보 마주앉아 ‘WCC 갈등 해법’ 찾아야”

입력 2013-08-07 18:06 수정 2013-08-07 20:58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총회를 둘러싼 한국 교회의 진보와 보수 측의 신학적 차이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준비위원회(대표대회장 김삼환 목사)가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한기총)와 예장 합동 등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양측의 갈등이 은혜롭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서로 접점을 찾을 것을 바라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WCC 한국준비위 확대집행위원회에서는 회원교단 총무와 한국준비위 임원과 실무자, 교단 관계자 등 40여명이 모여 그간의 갈등을 추스르고 한목소리로 총회 준비에 집중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회의는 지난 2월 집행위원장직을 사임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지난달 복귀한 뒤 처음 열린 것이다.

총회준비대회장 박종화 목사는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는데 비가 꽤 많이 왔다”며 “촉촉한 땅에서 나무가 잘 자라나듯 WCC 총회도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멀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갑시다. 조금 늦었더라도 협력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참석자들을 다독였다. 신학적 의견 대립 등으로 대회 준비에 잡음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성공적인 총회를 치르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복귀한 김 목사도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WCC 총회 준비에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동참했으면 한다”며 “앞으로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각 교단의 협력을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킨 당사자의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일부 인사 및 큰 교회 위주로 총회가 치러지지 않고 한국 교회 전체가 국가적 행사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훈 준비위 상임위원은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이 조율됐고 어느 정도 교감이 된 만큼 총회 준비에 힘을 쏟자”고 강조했다. 이 밖에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과 관련한 성명을 채택하자는 안이 나왔다.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총회 저지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한기총은 지난 2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CC 총회 반대운동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한기총 WCC 반대 대책위원장 전광훈 목사는 애국단체 등과 연대해 오는 10월 3일 서울광장에서 WCC 부산대회 저지를 위한 100만인 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 150개 교단 총회장과 임원이 참석하는 기도회, 전국장로회와 여전도회, 청년과 선교단체 기도회, 한국 목회자 10만명 기도회도 잇따라 열 계획이다. 성경책 표지에 WCC반대 스티커 붙이기 캠페인도 벌인다.

한국기독교 보수교단 협의회(한보협)도 이날 WCC한국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인 김 목사가 시무하는 명성교회 인근에서 WCC 부산총회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공개질의서에서 WCC가 종교혼합, 종교다원주의, 인본주의 사상과 연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김 목사의 답변을 요구했다.

예장합동 WCC대책위원회 위원장 서기행 목사는 “WCC회원교단들끼리 하는 행사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한국교회 모두를 참여하라든지, WCC가 추구하는 신학이 모두 옳다고 하는 것에 우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을위한기도시민연대(PUP)는 7일 “한국교회 유럽형 쇠락의 출발점이 될 WCC총회’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PUP는 “WCC 부산총회는 자유주의 신학이 휩쓸어 텅텅 비게 된 유럽 교회의 전철을 한국 교회가 따라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WCC 총회를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 간 대립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한국 교회 스스로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WCC 총회가 연합과 일치의 정신에 입각한 성(聖) 총회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 안에 있는 보수와 진보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택 유영대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