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 3000개 시대… 高3 교사들도 高3처럼 ‘열공’

입력 2013-08-08 04:40


서울 건대부고 3학년 담임교사 13명과 진학지도부 소속 교사 등 20여명은 지난달 26일부터 1박2일간 경기도 양평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9월 초로 다가온 대입 수시모집에 대비해 이 학교 진학교사들이 그간 쌓아온 ‘진학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워크숍의 주요 주제는 지난해 수능과 올해 수능의 달라진 점.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수준별(A/B형) 수능 대비 지도법과 대학별 모집인원·수능 최저등급·학생부·면접 반영비중 변경 여부 등을 놓고 밤새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7년째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심태훈(36) 교사는 “대입전형이 3000개에 육박하기 때문에 입시는 결국 ‘데이터의 싸움’”이라며 “선후배 교사들이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1년에 세 차례씩 워크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으로 고3 담임을 맡은 김민영(28·여) 교사는 “진학지도 경험이 없어 불안했는데 워크숍에서 전반적인 입시체계는 물론 졸업생들의 합격·불합격 현황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대책이 늦어지면서 올해도 많은 수험생들은 미로 같은 대입 전형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전형 정보를 찾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설학원과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니면서도 맞춤형 입시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대입전형을 공부하느라 고3 수험생들 못지않게 땀을 흘리는 교사들이 있다. 1박2일 워크숍은 물론이고 연구모임 활동이나 책자 발간, 현장탐방 등에 쏟는 이들의 정성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교사는 “사설학원을 뛰어넘는 진학지도를 하자”는 결의를 다지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건대부고는 대학별 입시전형 정보를 집대성한 220여쪽짜리 책자를 7년째 발간하고 있다. 이 책에 실을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진학지도부 교사들은 모든 대학을 일일이 찾아가는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신대섭(48) 진학지도부장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대학을 학생들에게 추천할 수 없다는 생각에 권역별로 나눠 각 지역의 대학을 탐방한다”며 “학교 위치는 물론이고 재단은 튼튼한지, 기숙사비는 얼마이며, 식사는 잘 나오는지까지 모두 파악한다”고 귀띔했다.

자율형공립고인 원묵고는 대학별로 쏟아지는 자료들을 분석하기 위해 고3 담임을 비롯한 진학담당교사들 20여명이 소모임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김진우 3학년 교육부장은 “요즘엔 입시설명회는 물론 사설학원 컨설팅을 받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교사들이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며 “진학지도의 전문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모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진학지도 교사들은 정부와 대학이 하루빨리 ‘입시전형 간소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진학지도부장은 “대학별 전형 개수가 평균 15개에 달해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헷갈릴 정도”라며 “획기적인 대입전형 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9월 초 수시모집 접수가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7월 말이 돼서야 모집요강을 발표하는 대학들도 수두룩하다”며 “수험생들이 충분히 모집요강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 1년 전에는 요강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