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저급한 심벌정치

입력 2013-08-08 04:59

일본 해상자위대가 6일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즈모를 진수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저급한 상징주의(심벌리즘) 정치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7일 아사히신문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일본은 무려 1200억엔(약 1조4000억원)을 들여 배수량 1만9500t(최대 배수량 2만7000t)급의 헬기 호위함 이즈모를 6일 진수했다. 길이만도 248m에 달하는 이즈모는 최대 14대의 헬기를 탑재하고 동시에 헬기 5대가 이착륙할 수 있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이 진수한 전투함 중 규모가 가장 큰 이즈모의 이름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당초 해상자위대는 이 호위함 이름을 ‘나가토(長門)’로 지을 예정이었다고 자유시보는 보도했다. 나가토는 아베 신조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의 옛 이름이자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사용했던 배의 이름이다.

미국의 반발 등을 염려한 일본은 나가토 대신 이즈모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즈모는 시마네현의 옛 이름으로 시마네현은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의 강습상륙함 독도함에 맞서기 위해 이즈모라는 이름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역시 이즈모라는 이름이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즈모는 1937년 8월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를 포격하는 데 앞장섰던 장갑 순양함의 옛 이름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징정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항공자위대를 방문해 숫자 ‘731’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훈련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을 공개했다. 2차대전 당시 731부대는 인체를 대상으로 세균전을 담당해 공포의 대상이었다.

앞서 아베 총리는 같은 달 도쿄돔에서 열린 국민영예상 시상식에서 등번호 96번이 새겨진 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개헌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96조를 바꾸길 원한다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성숙하지 않아 96번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을 비롯한 일본의 5개 야당이 7일 ‘나치 개헌 망언’을 일으킨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자진 사임 또는 파면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