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신현옥] 다문화 학생 5만명 시대에 유념할 일
입력 2013-08-07 17:33
“특별한 대상으로 대하기보다 차이가 차별 되지 않도록 늘 ‘분리·배제’ 경계해야”
최근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들 수가 처음으로 5만명이 넘었다는 언론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얼마 전 이주배경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자신들이 겪은 따돌림이나 왕따 경험을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일본인 엄마를 둔 지홍이는 역사시간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3·1운동이나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가 나올 때면 아이들이 자신을 쳐다보며 ‘일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집에 가서 울었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루시는 ‘냄새가 난다’고 아이들이 자신과 짝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많이 속상했단다. 또 몽골에서 온 무릉이는 아이들이 ‘몽골에 자동차 있어? 너 말 타고 다녔지?’라고 놀려 화가 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면 선생님께 말씀 드려보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그냥 하지 말라고 할 뿐이지 적절한 대처를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아직 다른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장면은 다문화가정 학생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차별의 한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5만명이 넘고 조만간 7만명, 10만명이 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보다 다문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서구의 사례를 보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이주민 정책, 특히 교육과 복지서비스에 있어서 분리보다는 통합을 기본 원칙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다문화 교육 정책의 방향은 어떠한가. 각 교육청에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하고 대안학교와 예비학교, 글로벌 선도학교를 지정하는 등 짧은 시기에 비교적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고 볼 수 있다.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별도 학교를 만들거나 학교 내에 다문화 특별학급을 두고 다문화 학생들만을 위한 멘토링이나 방과후 학습을 실시하는 등의 열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사회의 다문화 교육 정책은 한 마디로 말하면 통합보다는 분리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원하든 원치 않든 다문화가정 학생이기 때문에 특별한 서비스의 대상이 되고 다른 친구들과 구별되는 존재로서 분리·배제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다문화가족의 자녀, 외국인근로자의 자녀, 외국에서 성장해 한국에 입국한 중도입국 청소년, 그리고 북에서 이주해온 탈북청소년 등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또래 청소년들과 분리될수록 이들이 한국사회에 통합되기도 어렵고 한국사회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2012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청소년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교육과 활동 경험이 많을수록, 대중매체를 통한 접촉 기회가 많을수록, 그리고 외국 이주민 및 다문화 학생과 자원봉사, 친척, 친구 관계로 만난 경험이 많을수록 청소년들의 다문화 수용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이 또래 청소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통합의 원칙’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이웃으로 함께 어울리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제는 일상생활에서의 차별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원칙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짧은 시간 동안에 가능하지도 않다. 지금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수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양성 속에서 모두가 행복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미래사회의 주역인 청소년들과 함께 시작해야 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신현옥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