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뛰니 눈치보던 식품물가 덩달아 들썩

입력 2013-08-07 17:10 수정 2013-08-07 23:09


원유(原乳) 가격 연동제 시행과 함께 식음료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시작은 유제품 업체다. 매입유업과 서울유유는 계획대로 8일과 9일 각각 우윳값을 250원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F&B도 우윳값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유제품 업체가 우윳값 인상에 나서면서 우유를 원부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식음료 업계도 가격 인상 시기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와 시장이 날 선 감시를 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7일 우윳값 인상과 관련,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식음료 제품 가격도 원유가 상승폭에 따라 인상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정권 초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식품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고 식품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의지를 드러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엔 정권 말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권교체만은 막자’며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데 누가 가격을 올리겠느냐”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갑을 논란’에다 경제 사정(司正)까지 겹쳐 가격을 올리는 데 주저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나서서 원유가를 올려 식품업계도 ‘이 참에 올리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인상안을 잠정 보류했던 동원F&B는 서울우유와 같은 날인 9일 우유, 가공유, 발효유 등 유제품 가격을 평균 7.5%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빙그레는 이달 중순 이후 우유와 원유 함유가 많은 가공유, 발효유 가격까지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푸르밀도 20일쯤 우윳값을 10%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다음달 이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인상을 쉬쉬해온 제과업체들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오리온은 ‘다이제’ 가격을 지난 2월 25∼33% 인상하고도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제품 리뉴얼을 통한 가격조정이라고 뒤늦게 밝혔다.

그러나 우유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자, 아이스크림, 빵 제조업체는 물론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식음료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이 최근 주요 우유 업체의 가격 인상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살피고 있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소비자 단체도 가격 인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10여개 소비자 단체 관계자들은 매일유업 등이 예정대로 우유 가격을 올릴 경우 서울역 롯데마트 등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불매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 공정위에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이 가격 인상을 두고 담합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유의 특성상 제조업체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경우 가격 인상 움직임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밀가루 등 다른 원료와 달리 우유는 오랜 시간 비축할 수 없다”면서 “원가 부담의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매출에 직격탄을 입을 경우 인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