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4번이나 질타한 상상초월 원전비리
입력 2013-08-07 17:32
원전비리와 관련해 이명박 정권 시절 주요 인물들이 잇따라 검찰에 체포되면서 이번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전비리 문제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누차 언급하며 철저한 개혁을 주문한 만큼 수사를 맡은 검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낱낱이 파헤쳐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비리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품공급 비리로 시작된 원전비리가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의 뇌물수수를 넘어 원전 육성에 적극적이었던 이명박정부의 원전 정책과 관련된 비리의혹으로 확산되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신성장동력 육성 펀드가 비리에 연루된 업체에 비정상적으로 지원된 정황이 포착됐고, ‘영포라인’ 브로커들까지 등장했다.
검찰에 구속된 오모씨와 이모씨는 원전 업체들의 납품을 주선해 주고 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슈퍼갑’에 해당하는 한수원 고위직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거론하며 업체에 로비자금을 요구했으며, 로비 명목으로 무려 80억원을 받기로 하고 이 가운데 13억원을 받아 나눠 가진 것이 밝혀졌다. 자신의 정치력이나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이용해 원전 사업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긴 셈이다.
오씨는 올해 초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학교 동문으로 재경 포항중고교 동창회장을 지냈으며 이모씨는 박 전 2차관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검찰이 이들이 받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도 찾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정치 게이트’로 번질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원전비리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여느 형사범죄와는 차원이 다르다. ‘핵 마피아’들의 공생·유착 관계가 워낙 고질적이고 구조적이어서 수사하면 할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와 비리의 끝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원전 비리 문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4번이나 언급했겠는가.
정부가 원전 공기업 퇴직자의 재취업 엄격 제한, 10년간 부품 시험성적서 12만여 건의 전수 조사 등 강도 높은 내용을 담은 ‘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제라도 검찰은 지금까지 비리가 드러난 인사뿐 아니라 이명박정부 당시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펼치는 게 마땅하다. 성역 없는 수사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발본색원하고 비리사슬을 끊어 박 대통령의 주문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원전강국 신화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