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가정서 쫓겨난 아이들] 서울 신림역 일대, 가출 청소년 최다 유입

입력 2013-08-07 00:23

번화가라고 모두 가출한 아이들이 모여드는 건 아니다. 서울에서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로와 직장인이 몰리는 영등포 일대는 의외로 가출 청소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역이다. 가출 청소년 유입이 많은 곳은 단연 신림역 부근이다. 가출 청소년들이 인터넷 채팅으로 가출팸을 찾는 일명 ‘번개팅’ 약속장소로도 일대는 유명하다.

이외에도 성매매 업소가 많은 천호동, 쇼핑타워가 밀집한 동대문,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인근도 서울의 주요 거점들이다.

2007년 노숙소녀가 폭행 후 숨진 사건이 일어났던 경기도 수원은 수원역 앞 유흥업소 거리, 인천에서는 부평역 및 주안역 인근 모텔과 PC방 골목에 아이들이 주로 모였다. 안산의 경우 고시원에서 공동생활하는 가출팸이 여럿 확인됐다.

세계빈곤퇴치회(이사장 강명순)가 지난해 발표한 ‘가출-팸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보고서’는 국내에서 최초로 이뤄진 전국 단위 가출 청소년 현장조사였다. 2012년 5월 1일부터 6월 9일까지 꼬박 40일간 서울 인천 안산 성남 안양 울산 부산 제주도 등 28개 도시의 주요 번화가를 밤 11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직접 돌며 그린 일종의 가출청소년 지도를 그렸다. 연구조사원 2명이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을 1대 1로 면접 설문조사한 방식이어서 지역별로 가출 청소년들의 특징, 주거형태, 일자리, 놀이문화,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전주에서 발견된 가출 청소년들은 인근 농촌 출신으로 자립생활에 대한 의지가 높고 실제 자립도가 높다는 게 특징이었다. 시골에서 중소도시로 상경한 청소년들의 경우 빈곤을 이유로 집을 나온 뒤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 착실하게 독립생활을 했다. 이들에게는 체계적인 직업교육과 주거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에서는 아파트 지하에 혼숙하고 있는 4명의 청소년이 발견됐다. 그중 한 명은 임신한 상태였으나 아이들은 끝내 쉼터 입소를 거부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출한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한 것은 ‘배고픔’(53.8%), ‘돈이 없는 고통’(47.7%), ‘잠을 잘 곳’(46.2%) 순이었다. 외로움, 범죄 피해, 친구 등과 관련한 고민은 5∼13% 정도에 불과했다. 역시 가장 힘든 건 기본 의식주 해결이라는 얘기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