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특종 WP도 결국… ‘종이신문 굴욕’ 상징

입력 2013-08-06 18:18

미국 유력지로 100년 넘게 자리매김해 온 워싱턴포스트(WP)의 매각은 신문업계의 불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종이신문 판매부수 감소와 광고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난이 WP가 무너진 결정적 요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인터넷뉴스가 일상화된 언론 환경에서 새로운 활로 찾기를 실패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WP는 5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포스트, 베조스에게 팔린다(Post to be sold to Bezo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10여년간 금융위기로 신문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종이신문은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부상으로 전통적인 언론사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WP는 구독자가 83만여명에 달했던 1993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터넷 매체가 언론 시장을 잠식하는 사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 닥쳐오는 경영난 타개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 급급했다. 몇 차례의 정리해고, 편집장 교체, 워싱턴DC의 본사 사옥 매각까지 총력을 기울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 3월 평균 구독자는 절정기의 절반가량인 47만여명에 그쳤다. 경쟁지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터넷 유료화에 성공하면서 그나마 활로를 찾았지만 WP는 지난달에야 인터넷 유료화에 나서는 등 뒤처지는 행보를 보였다.

1877년 창간된 WP는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하며 일약 유명해졌다. NYT와 더불어 미국에서 ‘포스트’로 불리며 거의 매년 퓰리처상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특종기사를 양산해 왔다.

신문업계는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지만 종이신문의 ‘굴욕’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 주말 NYT의 자매지 보스턴글로브가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팀의 구단주 존 헨리에게 7000만 달러(786억원)에 넘어갔다. NYT가 93년 11억 달러에 사들인 액면가의 10%도 안 되는 헐값이다. 미국 2위의 시사주간지였던 뉴스위크지는 2010년 단돈 1달러에 팔린 것도 모자라 그 사이 주인이 세 차례 바뀌었고, 지난해 말 결국 종이잡지 발행이 중단됐다.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매체 가디언도 지난해 유지비용을 이유로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신문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