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삼킨 신문’… 베조스, 워싱턴포스트 인수
입력 2013-08-06 18:17 수정 2013-08-06 22:36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49)가 136년 역사의 전통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를 집어삼켰다.
WP의 이사회 의장 겸 CEO 도널드 그레이엄은 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수년간 경영난을 타개하지 못해 베조스에게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주요 외신들은 WP의 매각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번 사태가 종이신문 몰락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베조스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을지 종이신문의 미래를 전망하느라 하루 종일 떠들썩했다.
◇베조스는 왜 WP에 눈독 들였나=베조스는 우리에게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만큼 친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미국에선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릴 정도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닷컴을 음반, 의류, 가구,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매 판매가 가능한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의 ‘공룡’으로 키웠다. 2007년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했고, 지난해 태블릿PC ‘킨들파이어’까지 내놓으면서 애플과 미디어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정보기술(IT) 분야 선두에 있는 그가 종이신문이라는 ‘올드미디어(Old media)’를 사들인 이유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닷컴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아마존닷컴은 최근 킨들을 통해 공급하는 책과 잡지, 신문 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해 콘텐츠 확보에 주력 중이다. NYT는 “베조스는 아마존닷컴과 별개로 개인 자격으로 WP를 인수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WP의 콘텐츠를 아마존닷컴이나 킨들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베조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데다 자금력도 풍부해 WP를 완전히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베조스가 올드미디어를 주목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종이신문의 가치가 유효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부자의 영향력 아래 신문의 가치 살아남을까=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베조스의 WP 인수를 ‘신흥자본과 올드미디어의 결합’으로 규정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가디언은 베조스가 WP를 2억5000만 달러(약 2786억원)에 사들인 점을 언급하며 이는 베조스가 가진 자산의 1%도 안 되는 액수라고 했다. 더군다나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라는 제호도 바꾸겠다고 밝힌 상태다. 가디언은 “베조스가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치를 끌어내는 사업가이지 독지가가 아니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은 기술지향적인 사업가로서 사고과정을 중시하는 신문의 가치를 제대로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이런 지적을 감안한 듯 베조스는 6일(현지시간) WP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에서 WP가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해하며 그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번 인수는 돈 좀 가진 부자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베조스의 인수는 신문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중소도시 신문사를 인수하고 있는 ‘WP 배달소년’ 출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행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