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2기 정국 수습 시동] 강경파 김기춘의 ‘깜짝 유화 제스처’… 결국 무위로

입력 2013-08-06 18:18 수정 2013-08-06 23:02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6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에 대화를 제의했다. 강경파·원칙론자로 꼽히던 김 실장이 취임 하루 만에 직접 나서 유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하면서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이 김 실장의 ‘여야 5자 회담’ 제안을 보이콧하려 하자 청와대는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청와대 인사들은 야당을 공격하거나 원망하는 듯한 발언은 극도로 자제했다. 자칫 민주당을 자극할 경우 정국이 더 꼬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5자 회담 거부 입장 표명이 나온 직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 원내 산적한 모든 현안을 터놓고 얘기하자고 내놓은 대화 제의를 야당이 너무 쉽게 거부한 것 아니냐”면서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내린 결정을 놓고 청와대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야당이 지난번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1대 1 단독회담을 하자고 하면서 ‘아무 조건 없이 3자 회동도 좋다’고도 했었다”면서 “이번 청와대 제안은 그 범위를 더 넓힌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야당이) 거절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앞서 김 실장은 오후 2시쯤 춘추관을 찾아 “박 대통령이 그동안 야당 대표와 만나지 못해 아쉬워한다”면서 여야 5자 회담을 제의했다. 김 실장을 필두로 한 ‘2기 청와대’가 출범 다음 날부터 부드럽게 대야(對野)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박준우 신임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 김선동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 정무·홍보 라인도 출동해 김 실장의 첫 기자회견에 힘을 보탰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견 뒤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나선 것은 여야 대표들의 사전 제안에 대한 정중한 대답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후 두 여야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고 국회로 강창희 국회의장을 예방해 5자 회담 제의 취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