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2기 정국 수습 시동] “朴 방패막이로 여당 끼워넣어… 국정원 의혹 어물쩍 넘기려는 것”
입력 2013-08-06 18:17 수정 2013-08-06 23:01
민주당이 6일 박근혜 대통령의 5자 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 의혹이라는 엄중한 국면에 대해 청와대가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될 정도의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청와대가 마치 여느 현안을 논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집단 회동’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야권 지지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선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과 선거에 패한 제1야당 대표가 만나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제쳐두고 단독 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 및 국정원 개혁에 대한 결단이 요구되는데, 단독 회담을 해야 이끌어내기 좋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 5자가 한꺼번에 만날 경우 박 대통령이 여야를 중재하는 형식이 되면서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우려다.
따라서 민주당은 청와대의 5자 회담 제안에는 대치정국을 풀려는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여당 원내대표를 끼워 넣은 것도 ‘정치적 합의’ 대신 어떻게든 박 대통령을 현재 국면에 끌어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어막 구축’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회담의 격이 자꾸 낮아지는 데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핵심 당직자는 “당초 단독 회담이 우리 입장이었다가 여당 대표가 3자 회담을 제안해 우리도 한 발 물러나 이를 수용하려던 참이었는데 또다시 5자 회담을 요구하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청와대가 3자 회담이 될 경우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단독 회담 모양새가 돼 야당 페이스에 말릴 수 있다고 보고 참석자를 늘린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단 7일까지 당 상임고문들과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추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단독 회담 또는 적어도 3자 회담이 아닐 경우 박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