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檢의 ‘기획 입국’ SK 배후說에 재계 “황당”

입력 2013-08-06 18:11 수정 2013-08-06 18:39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요동치는 상황에서 재계가 검찰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지난달 31일 대만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것이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베일 속 인물’로 불리는 김씨는 2011년 5월 검찰의 SK그룹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같은 해 12월 대만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이민국은 김씨의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1심에서 김씨의 역할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신병 확보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자 최 회장 측은 재판부에 심리를 재개해 달라는 내용의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씨 송환이라는 돌발변수가 없었다면 최 회장 사건의 항소심 선고는 9일 이뤄질 예정이었다.

검찰은 SK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항소심에서 이길 자신이 없자 SK가 판을 흔들기 위해 김씨를 ‘기획 입국’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같은 의심에 대해 SK는 6일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할 뿐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억울하긴 하지만 검찰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재계가 지원 사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재계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씨를 잡지도 못하고 팔짱만 끼고 있던 검찰이 SK에 덤터기를 씌운다고 반박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씨가 검찰과 ‘플리바게닝’(수사에 협조해주는 대신 형량을 줄여주는 것)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최 회장 측으로부터 주범으로 몰린 김씨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최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차원에서 김씨의 국내 송환을 반겨야 할 검찰이 되레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황당할 뿐”이라며 “검찰이 수사 결과에 자신이 없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