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차원 수직 낸드플래시 양산 성공 100GB 스마트폰도 수년내 만든다

입력 2013-08-06 18:10 수정 2013-08-06 16:59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구조를 적용한 낸드플래시 메모리’(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기존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이 단층 건물을 짓는 방식이라면 V낸드는 마치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을 올리는 것처럼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올려 만든다.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반도체를 집적시켜 고용량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스마트폰 등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저장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단일 제품으로는 최대 용량인 128기가비트(Gb) V낸드를 양산한다고 6일 밝혔다. 128Gb 제품은 24단으로 쌓아올렸다. 여러 층을 쌓아올리지만 두께는 실제로 체감하기 힘들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최정혁 플래시개발실장(전무)은 “마이크로미터(1000만분의 1m) 단위이기 때문에 수백단으로 쌓아도 부피나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독자 기술인 ‘3차원 원통형 CTF 셀구조’와 ‘3차원 수직적층 공정’ 기술을 동시에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V낸드와 관련해 전 세계에 3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V낸드는 기존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집적도가 2배 이상 높아 고용량 제품을 생산하는 데 용이하다. 쓰기 속도도 2배 이상 빨라지고 내구성도 2∼10배 정도 좋아졌다.

지금까지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기술은 동일한 면적의 반도체에 셀을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다. 정사각형에 가로·세로로 줄을 하나씩 그으면 4개의 공간이 생기고, 2개씩 줄을 그으면 9개 생기듯 선을 미세하게 그을수록 셀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은 공정을 미세화해 셀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은 20나노(㎚)급 공정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10나노 공정을 준비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셀 간격이 좁아지자 반도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간섭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세화 기술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기술적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 미세화 기술 대신 고층으로 쌓아올리는 기술을 선택했다.

삼성전자가 V낸드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공정 미세화 경쟁이 아닌 고용량 제품 경쟁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5년 내에 1테라비트(Tb) 용량의 V낸드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지금보다 더 많은 저장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스마트폰 내부 저장 공간은 주로 32기가바이트(GB, 1바이트는 8비트)인데 이 추세라면 몇 년 후에는 100기가바이트 이상 용량의 저장 공간을 지닌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게 된다. 고화질 영화, 음악, 사진 등을 용량 부담 없이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 보급이 더딘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ey Word-낸드 플래시 메모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돼 음악, 사진, 동영상 등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차세대 컴퓨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도 사용된다. SSD는 순수 전자식으로 작동해 기계식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긴 탐색·반응시간, 기계적 지연, 실패율을 크게 낮춰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