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通 정국’ 靑 “5자회담 열자” - 野 ‘1대1’ 고수

입력 2013-08-06 18:07 수정 2013-08-06 15:28

청와대와 야당이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한 회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형식 때문에 정작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수석대표 급(級) 때문에 성사 직전에 결렬됐듯이 남남 대화도 형식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말로는 국민과 민생을 내세우면서도 각기 유리한 형식만을 고집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 회담을 제안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은) 이번에 여야가 같이 국정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각종 국정 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와 박 대통령 간 단독 회담을 거듭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5자 회담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현 정국의 문제는 제1야당 대표가 당초 제안한 대로 1대 1 여야 영수회담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서로 간의 인식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논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5자 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정치권의 회담 제안은 ‘핑퐁’ 게임처럼 진행돼왔다. 김 대표가 지난 3일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제안하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수정 제안했다. 이에 청와대는 5자 회담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3자 회담까지는 고려해볼 수 있지만 5자 회담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당초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하면서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다. 전 원내대표 역시 “국정과 민생 안정을 위한 목적이라면 여야 간 어떤 형식의 대화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5자 회담이 제1야당 대표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제 회담 성사 여부는 청와대의 결정에 달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당선인 시절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돼 여야가 힘을 합쳐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단독 회담이나 3자 회담을 수용하지 않으면 회담은 물 건너가게 된다. 하지만 수용할 경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함으로써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형식을 떠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을 풀고 상생하는 정치를 보고 싶어한다.

김재중 유성열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