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홈리스 청소년… 동전 몇닢쥐고 유흥가 기웃기웃 구걸로 끼니 해결
입력 2013-08-07 00:13 수정 2013-08-06 15:29
“모텔이요? 유천동 하고 용전동이 싸고 좋아요.”
“미성년자인데 재워줘요?”
“히히. 그럼요. 다 재워주죠.”
“돈이 있어요?”
“지금요? 이게 다예요(지갑을 열고 손바닥 위에 백원짜리 둘, 오십원짜리 하나, 십원짜리 셋을 올려놓는다).”
“그걸로?”
“돈 없으니 오늘은 날밤 까야죠(밤을 새운다는 뜻).”
“어디서요?”
“여기저기 돌아다녀요.”
“여기저기 어디요?”
“예? 그냥, 여기저기.”
지난 1일 밤 11시 대전 은행동 문화의거리. 로드숍의 조명은 꺼지고 지하 노래방에서 올라오는 소음만 쿵쾅대는 캄캄한 거리를 10대 소녀 가은(이하 가명·16)과 딸기(16)가 길고양이처럼 어슬렁대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디서 자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낯설어했다. 자퇴하고 집 나온 지 일주일. 중학교 2학년 이후 가출 경험만 10번이 넘는 소녀들에게 거리는 집이자 놀이터였다. 친구네에서 씻고, 화장품 가게 샘플로 아이라인을 그리고, 행인에게 구걸한 돈으로 2000원짜리 맥도날드 햄버거와 담배를 샀다.
“아는 택배(업체)도 있어요. 오빠들한테 전화해서 ‘나 좀 꽂아 달라’고 하면 돼요. 저녁 9시부터 하룻밤 분류 작업하면 5만원은 챙겨요.”
인근 쉼터 관계자 말로는, 날품팔이가 가능한 남자아이 몇 명이 3∼4일 일하면 모텔의 한 달 숙박비 30만∼40만원은 거뜬히 번다고 했다. 보증금이 필요 없는 외곽 모텔은 인기 높은 숙소였다. 일자리가 여의치 않은 여자아이들은 ‘보도(술집·노래방 등의 도우미)’를 뛰거나 ‘조건(성매매)’을 했다.
소녀들과 말하는 사이 구석에서 담배 피우던 종훈(15)과 정배(15)가 나타났다. 맘이 맞아 요즘 함께 다니는 동생들이라고 했다. 정배는 요금을 내지 않아 통화 기능이 정지된 공폰(미등록 휴대전화)을 쥐고 있었다. 공폰은 가출 청소년들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번에는 소녀들이 건너편 길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웠다. 몇 분 뒤 여자아이들이 숨넘어가게 깔깔대며 달려왔다. “저 XX들이 우리한테 같이 자자고 그래.” 길 가던 성인 남성 둘이 성매매를 요구한 모양이었다. 밤 12시를 넘어가는 시간, 집 나온 소녀들이 맞닥뜨리는 첫 번째 현실은 성매매의 유혹이거나 성폭행의 위협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여름 잠자리만 제공하는 대전시청소년드롭인센터가 문을 연 뒤 이들처럼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은 많이 줄었다.
대전=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