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폐지 ‘유탄’ 영세中企 돈줄 막혔다

입력 2013-08-06 18:01


연매출 12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양모(50)씨는 최근 19억원짜리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지만 기쁨보다 근심이 앞선다. 지금까지 양씨 회사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계약금의 30%를 착수금으로 받아 일을 진행해 왔다. 이 경우 상대 업체는 영세회사가 돈만 받고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선급금 보증보험을 요청한다. 그러나 정부가 제2금융권까지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면서 자금력이 약한 이 회사는 보증보험을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양씨는 6일 “영세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의 신용등급이 좋아도 혼자서 큰 프로젝트의 보증을 설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까지 연대보증을 폐지하면서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대보증제를 폐지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이 폐지된 데다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금융사들이 심사를 강화하고 나서 이들 기업의 자금난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연대보증제는 보증을 설 수 있는 대상에 제한이 없었다. 대표와 주주는 물론 회사 임직원 친인척 등이 보증을 설 수 있었다. 때문에 대표가 도망가고 채무와 관계도 없는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이 잦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연대보증 범위를 축소했다. 대출 연대보증의 경우 개인대출은 완전 폐지됐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공동대표만 가능해졌다. 법인대출은 최대주주, 대주주(지분 30% 이상), 대표이사(고용임원 제외) 중 한 명만 연대보증이 허용된다. 보증보험 연대보증은 법인대출과 대상은 같지만 필요에 따라 부담 규모가 크면 최대주주나 30% 이상 보유한 대주주 중 보증인 추가가 가능하다.

문제는 중소·영세업체의 경우다. 대표 혼자 모든 보증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회사에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없는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착수금을 받지 못하고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식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세·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제2금융권 대출 시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연대보증을 활용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제2금융권의 대출 연대보증액은 51조5000억원으로 총 대출액의 13.2%를, 보증보험의 연대보증액은 23조3000억원으로 총 보증액의 14.5%나 차지했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제2금융권 연대보증제 폐지가 논의될 때 보증공급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대보증제 폐지는 금융기관이 연대보증인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역량을 강화하라는 취지도 크다”며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지도·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