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성희롱, 원장은 폭행… 조폭 뺨치는 무등록 과외학원
입력 2013-08-06 20:27 수정 2013-08-06 22:22
여중생 조모(14)양은 지난 6월 자신이 다니고 있는 과외학원 영어강사 A씨(25)로부터 ‘널 갖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평소에 이 학원 원장인 성모(46)씨도 “짧은 치마를 입고 오라”고 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던 터라 조양은 한 달여의 고민 끝에 같이 과외를 다니는 전모(14)양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이 사실을 털어놨다. 조양은 전양에게 같이 학원을 그만두자고 말한 뒤 이 학원 여강사에게 ‘내일 드릴 말이 있다’며 문자를 보냈다.
며칠 뒤 전양은 학원 원장 성씨에게 불려가 구타를 당했다. 허벅지를 내려치는 성씨의 몽둥이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전양은 잠시 기절했다. 전양은 이내 정신을 차렸지만 3시간 동안 또다시 ‘엎드려뻗쳐’ 벌칙을 받았다. 결국 전양은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다른 학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성씨는 “너희들도 잘 봐라. 잘못 걸리면 이렇게 된다. 너희들이 잘못하면 조폭을 동원해서라도 끝까지 쫓아가서 혼내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전양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그러나 체육복 안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학교 체육 교사가 전양을 추궁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고발을 받은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성씨에게 7일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통보했다.
전양이 다니는 이 과외학원은 원장 개인이 3명의 교사를 채용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무등록’ 불법 교습소다. 학원 간판도, 이름도, 등록신고증도 없는 일종의 ‘유령학원’인 셈이다. 현행법에 ‘개인과외교습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주소지 관할 교육감에게 신고해야 한다’(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4조의 2에 1항)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대학에 재학 중인 경우에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불법 교습소들이 양산되고 있다. 성씨는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 대학생의 신분을 갖춰 신고 의무에서 벗어났다.
유령학원에서 일어나는 폭행과 협박, 성희롱 등을 막을 마땅한 제재가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사 채용 시 이뤄지는 ‘범죄경력조회’ 등도 이뤄질 리 없다. 성씨는 지난 3월에도 학원 수강 남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벌금만 물었을 뿐 영업정지 등 행정적 제재는 피해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 등록돼 있는 개인과외 교습자는 1만7000여명에 달하지만, 올해 단속에 걸린 교습자는 17명에 불과하다”며 “제보나 학부모 민원이 없는 한 무등록 유령학원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