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부자연스런 환대 서비스

입력 2013-08-06 17:47


딸이 아르바이트하는 패밀리레스토랑에 응원차 식사를 하러 갔다. 여름방학이라 그런지 매장이 상당히 북적였다. 딸아이가 오더니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았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 아직도 이런 자세로 서비스한단 말인가. 엄마인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쭉 돌아보니 모든 테이블에서 퍼피독(puppy dog) 자세로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퍼피독 서비스’는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것을 말한다. 고객과 눈높이를 맞춰 응대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인데 요즘 많이 사라진 방식이다.

퇴근한 딸에게 퍼피독 서비스에 대해서 물었다. 사실은 그 자세가 고객을 진정으로 모시는 자세인지 의문이라며, 자신도 불편하고 고객들도 많이 당황해한다고 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고객을 응대하는 것이 좋을 듯한데,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지적을 받는다고 했다. 고객을 왕으로 모시기 위한 자세라고 들었으나 요즘 세상에는 안 맞는 서비스 같다며 주문 받을 때마다 로봇이 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자세를 취하면 한없이 낮아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외식브랜드 사업부장 시절, 아르바이트생 퇴직률이 높아 그 원인을 찾는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낮은 시급 때문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현장 매니저들에게 존중받지 못해 퇴직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그 이후 대대적으로 아르바이트 사원 모시기 운동과 교육 등을 실시했다.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으로 기(氣)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행복한 사람만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서비스 일선에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행복해야 고객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화두는 진정성이다. 무릎 꿇고 의무적으로 하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하다. 대부분이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여길 것이다. 특히 서비스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무릎을 꿇는 순간 어떤 기분일까.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어린 서비스로 연결되기 힘든 자세다. 기본교육만 하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라고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할지도 모른다.

시대 흐름의 변화에 맞춰 외식 서비스현장도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딸에게 “용기를 내서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를 점장에게 제안해 보라”고 말했다. 서비스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딸의 제안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해 본다.

김상임(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