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으로 나가 선행 베풀어 시카고를 바꾸세요”
입력 2013-08-06 17:40 수정 2013-08-06 18:48
“엄마, 저기야, 저기.” 트레이시 스콧의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이 반대편을 가리켰다. 고속도로 진입로에 노숙자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는 준비해간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물과 간식거리, 맥도널드 쿠폰, 그리고 아이들이 적은 편지가 담겨 있었다. 여자 노숙자는 운전석의 스콧에게 손을 내밀며 “고맙다”고 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시카고의 파크교회에 다니는 스콧과 3명의 자녀는 15개의 종이가방을 시카고의 노숙자들에게 전달했다. 스콧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리에서 같은 교회 친구가 노숙자와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교회는 모든 신자들에게 2달러(약 2200원)씩 나눠주며 “밖으로 나가 무엇이든 선행을 베풀라”고 권했다. 신자들은 거리로 나가 노숙자를 만나고 청소년들과 함께 농구공을 튕겼다.
높은 범죄율과 총기소지율로 악명이 높은 시카고를 변화시키기 위해 지역 교회들이 뛰어들고 있다고 시카고트리뷴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전에도 시카고의 교회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돈을 기부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선단체나 행정기관을 통하지 않고 신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이웃을 만난다는 점이다. 파크교회의 ‘시카고 갱신(Renew Chicago)’ 프로젝트에는 거리 청소, 방과후 학교, 소액대출 등의 지역 사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카고 근교 윌로우크릭교회는 빈민가에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식당을 열었다. 식당 직원은 에이즈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가족, 지역 주민이다. 중고차를 기증 받아 고친 뒤 홀어머니와 홀아버지 가정에 무료로 전달하기도 한다. 이 교회의 존 클라인피터 목사는 주일 예배 때면 “누군가 이 도시를 바꿔주기만 기다리지 말라”며 “우리가 거리로 나가서 시카고를 바꿔야 한다”고 신자들에게 강조한다.
교회의 활동이 실제로 시카고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트레이시 스콧은 “2달러로 대체 뭘 할수 있겠어?”라고 불평하던 아이들은 확실히 변했다고 시카고트리뷴에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