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재점검하고 내수 확대에 구체성 높여라
입력 2013-08-06 17:45 수정 2013-08-06 22:47
日 엔저 공세와 中 성장조절책 앞에서 손놓고만 있을 텐가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위기다. 올 2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로 9분기 만에 1%를 넘었는데 민간소비 증가율은 겨우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로 하반기 경기전망도 기대난이다. 여기에 엔저 공세를 포함한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힘을 더해가고 있고 중국의 성장둔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외부 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시장과 경제주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책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세계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여전히 저성장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우리 경제는 2010년 비교적 조기에 성장세를 회복한 듯 보였으나 2011년부터 시작된 성장률 하락추세는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대외 환경이 비슷한 역내의 중국과 일본이 구체적인 정책목표와 비전에 입각해 분명한 메시지의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은 우리와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 유도로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재정 투입과 성장정책으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내용을 담아 지난해 말부터 작동 중이다. 중국은 성장속도를 하향 조정하면서 그간의 고도성장 중 벌어진 문제점들을 수습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중·일 양국의 정책여파가 우리 경제에 적잖은 마이너스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엔저 공세는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2012년 현재 50대 수출 품목에서 한·일 양국이 일치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엔저가 고스란히 우리나라의 수출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설혹 아베노믹스가 실패한다고 해도 이는 곧 세계경제의 위축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로서는 그 상황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구도다.
중국 정부는 올 상반기 성장률이 7.6%로 2년 전에 비해 2% 포인트 가깝게 추락했지만 성장률 하한선을 7.5%로 제시하고 개혁과 구조조정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성장률 하락 및 수출 부진은 곧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품의 90% 이상이 부품·소재 등 자본재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구조개혁이 내수 확대, 자본재 수입에 입각한 수출구조 지양 등에 맞춰져 있음을 감안할 때 치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일 양국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경제에 대한 압박적인 환경을 마련하고 있는데도 박근혜정부는 정작 슬로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공약가계부 논의에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중·일 양국의 정책 여파로 수출에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고 3년째 이어지는 감속성장으로 경제주체들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이 파고들어가야 할 대목은 바로 그것이다. 중국시장 접근 방식을 새롭게 하는 등 수출을 재점검하고 내수확대를 말로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