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는 대화 모멘텀 살려 정국 풀어야
입력 2013-08-06 17:37 수정 2013-08-06 22:45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만나는 5자 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3일 김한길 대표가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제의했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제1야당 대표의 위상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대 기류가 일고 있다.
민주당 김 대표에 이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을 역제의하고 박 대통령까지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지루한 정쟁과 기약 없는 장외투쟁으로 국민들의 염증이 증폭된 상황인 만큼 정치권이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 정치를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의 회담 제의는 청와대 2기 인선 발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집권 6개월을 앞두고 새로운 청와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꽉 막혀 있던 대야 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여야 협의는 정당의 몫이라고 거리를 두던 그간과 달리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 야당과의 관계는 실상 국정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고 국정최고운영자인 대통령도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뜻 이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고 즉답을 피했고, 전병헌 원내대표는 1대 1 영수회담을 촉구하며 5자 회담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5자 회담에 응했다가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당내 강경파가 장외투쟁의 동력만 약화시켰다고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영수회담을 제의하면서 “사전조율도 의전도 필요 없다. 언제 어디서든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공언했고 새누리당 황 대표의 3자 회담 제안에도 “청와대의 공식 제안이 있다면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회담 형식을 이유로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국 경색의 원인 가운데 국회 내 문제가 많은 만큼 원내대표를 회담에 포함시키자는 제의를 반박할 논리도 궁하다.
무엇보다 장외투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했던 직접적 계기는 국정원 국정조사의 파행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 국정원 국정조사 일정을 8일간 연장하기로 합의하는 등 정상화의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도 회담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고집하는 것은 투쟁을 위한 투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관성에 이끌려 명분 약한 강경 투쟁을 고수하거나 장외투쟁을 배수진으로 합리성이 떨어지는 요구들을 계속 쌓아올리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민주당은 국민 전체를 보고 정치를 해야 하며 그런 연장선상에서 대통령과의 회담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