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靑 2기 출범이후] 뜻밖 경질인사에 親朴 ‘화들짝’

입력 2013-08-06 17:42 수정 2013-08-06 22:31

박근혜 대통령의 전광석화 같은 청와대 비서진 경질을 목도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의원들은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교체 배경을 분석하며 숨죽이는 모습이다.

친박 지도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담담한 편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기 비서실은 박근혜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달라. 당도 청와대와 소통을 통해 국정운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론적인 반응을 내놨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목하며 “입법·사법·행정에 두루 경험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대대적인 경질을 선택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허태열 체제에서 김기춘 체제로 바뀐 비서실 콘셉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당·정 전반에 경험이 많은 점은 두 사람이 마찬가지”라며 변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참모진의 무능과 인사 난맥상 등을 거론하며 “시행착오를 극복하려는 박 대통령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대선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지 않았던 허 전 실장에 대해 “개국 공신은 배제하고 자기 사람만 심는다”는 반감이 있었다. 허 전 실장이 청와대 경제라인과 기획재정부 관료들한테 밀려 인사와 각종 의사결정에서 여권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도 들린다. 때문에 ‘2기 청와대’ 출범을 계기로 이런 기조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나온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선 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 인사가 청와대 비서실장이 됐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김 실장은 사심이 없지만 한편으론 매우 노회한 인물”이라며 당·청 관계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잃을까 긴장했다.

외교관 출신 박준우 정무수석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다른 친박 의원은 “처음 박 수석의 이름을 듣고 황당함을 넘어 당혹스러웠다. 어제 오늘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박 수석 발탁 이유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측근인 김 실장을 통해 ‘안정’을 꾀했다면 박 수석을 통해선 ‘변화’를 추구하려 하는 것 같다”며 “외교관 전력에서 보듯이 ‘정파를 떠난 정치’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