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靑 2기 출범이후] ‘왕고참’ 민정수석 부담되네∼

입력 2013-08-06 17:46

홍경식(62) 전 서울고검장이 지난 5일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됐다는 소식에 한 검찰 관계자는 바로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꼭 맞다”고 반응했다.

그만큼 홍 수석은 ‘오래된 사람’이다. 2007년 11월 검찰 조직을 떠난 이후 5년 9개월을 ‘야인’으로 살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의 귀환에 일단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홍 수석 임명 배경에 검찰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곱지 않은 인식’이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임 곽상도 수석은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굵직한 현안 처리 과정에서 검찰과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다는 점이 주요 경질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간부는 “(청와대가) 곽 수석에게 불만이 있었다면 그 반작용으로 홍 수석에게는 보다 많은 역할 주문이 있지 않겠나”고 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홍 수석이 전임자보다 검찰 수사 관련 행동반경을 넓힐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법연수원 기수(8기)로도 채동욱(14기) 검찰총장은 물론 황교안(13기) 법무부 장관보다 5, 6년 선배다. 법무·검찰의 수장들이 이런 ‘왕고참’ 민정수석과 호흡을 맞춘 전례는 없었다. 홍 수석이 1991∼92년 여주지청장으로 있을 때 채 총장은 소속 평검사로 근무했다. 더구나 홍 수석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채 총장보다 24년이나 먼저 검사 생활을 시작한 까마득한 선배다.

청와대가 비서실장-민정수석 라인을 통해 검찰과 ‘조율’하는 것을 넘어서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에는 현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 회의록 사전 유출·열람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남재준 국정원장, 김무성·정문헌 의원 등을 고발한 사건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 여럿 걸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리 대선배라도 검찰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겠나”면서도 “민정수석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있는 만큼 깐깐하게 관여하려 하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간부는 “홍 수석의 평소 업무 스타일을 보면 합리주의자에 가깝다”며 “채 총장 역시 민정수석에 휘둘릴 만큼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