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적 천국이냐 경쟁적 지옥이냐… ‘협동조합, 성경의 눈으로 보다’

입력 2013-08-06 17:13


협동조합, 성경의 눈으로 보다/앤드류 매클라우드 지음/아바서원

무한경쟁, 승자독식으로 내몰릴수록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한다. 그 한 예가 ‘협동조합’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래 1500여 협동조합이 신설됐다. 출자액과 상관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고, 5인 이상이 모이면 자유롭게 설립이 가능하다. 한국협동조합창업지원센터 김성오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목표는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조합원 모두의 만족이다. 돈을 벌되 그것을 혼자 독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다 함께 벌어 같이 잘 사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이다.

이 같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독교 단체들도 ‘협동조합과 교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논의가 활발하지만 교회에서는 아직까지 협동조합이 생소하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두레’나 ‘계’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아왔고, 한국교회는 1920∼30년대 YMCA 등이 앞장서 협동조합 운동을 벌여왔음에도 지금의 한국교회는 ‘더불어 사는 삶’보다 개교회주의 성향이 뚜렷하다. 교회 안에서의 협동조합은 과연 먼 얘기일까.

92년부터 협동조합 운동에 몸담아온 저자는 “협동조합은 예수의 사회적 가르침을 모두 포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정의한다. 협동조합은 초기 신자들의 공동체주의에 비하면 엉성한 모조품에 불과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제공한다. 협동조합은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자유와 평등, 정의의 새 질서를 위한 시험장이자 건축용 블록들이다. 저자는 “이 땅을 협동적인 천국으로 만들지, 아니면 경쟁적인 지옥으로 만들지는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무한경쟁 시대에 내몰린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제안한다.

그럼 협동조합은 언제 시작됐을까. 저자는 그 뿌리를 성경에서 찾는다. 신·구약 성경에 나타난 협동의 모습과 역사 속의 협동 공동체, 오늘날의 협동조합을 살펴본 뒤 이를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미 협동의 정신은 창세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창 1:26)고 하셨다. 복수명사인 ‘우리’는 하나님이 자기의 형상을 창조할 때가 되자 그것을 ‘협동작업’으로 선언하셨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함께 조화를 이루며 일해야 한다.

출애굽 당시 나오는 ‘자원하여 예물을 드리는 일’도 협동의 또 다른 모습이다. “마음이 감동된 모든 자와 자원하는 모든 자가 와서 회막을 짓기 위하여 그 속에서 쓸 모든 것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위하여 예물을 가져다가 여호와께 드렸으니.”(출 35:21)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는 과정에서도 협동의 기적은 드러난다. “성벽 역사가 오십이 일 만인 엘룰월 이십오일에 끝나매.”(느 6:15) 평등의 정신으로 다 함께 희생해 성벽을 재건한 결과, 시작하는 데만 한 세기 이상이 걸렸던 작업이 52일 만에 끝났다는 거다.

세례요한은 예수님의 정의 사역을 위한 기초를 놓았다.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눅 3:11) 정의와 평등, 협동을 역설하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위해 세례요한은 길을 예비했다.

성경에서 협동의 정신을 추적한 저자는 오늘날 협동의 본보기들을 소개한다.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협동조합형 의료보험 시스템인 ‘메디쉐어’ ‘CHM’은 성경적 생활방식을 좇는 그리스도인에게만 회원권을 부여한다. 동료 회원들간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부금을 낼 수 있다. 공정커피로 불리는 ‘카페 저스토’는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에서 소규모 독립 농가의 평균 수입을 훨씬 능가하는 소득을 조합원들에게 제공한다. 이곳은 미국 애리조나 남부에 있는 교회들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는 연대성 협동조합이다.

저자는 “교단 간 분열로 나뉜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잘 지내기 위해, 믿지 않는 이웃들과 다리를 놓기 위해서라도 협동이 필요하다”며 “예수 정신을 회복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경 속 협동의 정신을 회복해 ‘거룩한 협동’을 꿈 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자.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