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프리마돈나, 그는 왜 화려한 무대를 버렸을까
입력 2013-08-06 17:13
거기 너 있었는가/정연희 지음/신아출판사
소설가 정연희 권사의 ‘장편 연애소설’이다.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50대 중반의 프리마돈나와 한 젊은 음악잡지 기자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 이쯤 되면 아슬아슬한 사랑의 외줄타기, 뭐 이런 내용을 상상할 수 있지만 둘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현주’처럼, 책을 읽는 동안 사랑 때문에 두 사람이 겪는 아픔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조명, 인기, 갈채가 보장된 인생 선상에서 갑자기 해일처럼 밀어닥친 한 젊음으로 지금까지 누렸던 안정이 뒤집히면서 전혀 새로운 자기실현을 이루려는 내면의 고통을 정직하게 고백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책 제목을 보면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찬송가에서 가져온 ‘거기 너 있었는가’라는 제목 속에는 절대자 하나님을 향한 주인공의 회개와 겸손, 다짐, 기도가 담겨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 ‘남아있는 말’에 이렇게 썼다.
“거기 너 있었는가의 프리마돈나에게 이 소설이 요구한 것은 사랑의 비탄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었다. 해일처럼 닥친 한 젊음을 향한 연모, 그리움, 무대도 조명도 갈채도 열광도 다 버리고 만난 인간관계에서 프리마돈나는 다시 길을 잃었고, 때늦은 그의 삶을 뜨겁게 만든 낯선 사랑은 다시 하나님을 밀어낸 빈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확인했을 뿐이다. 극한의 갈등에서 주인공은 오직 그분, 그분 앞에 세워진 가난한 자신을 향해 새롭게 눈을 떴다. 인간 한계의 슬픔을 그분 앞에 내려놓고 탄원을 드리는 가난한 영혼으로….” 종국에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하나님밖에 없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195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파류상’을 통해 등단한 저자는 ‘불타는 신전’ ‘난지도’ ‘내 잔이 넘치나이다’ ‘양화진’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서울문화재단 초대이사장 등을 역임한 그는 최근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노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