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아들의 병영일기

입력 2013-08-06 17:14


공군 군악대에서 복무중인 아들이 외박을 나오면서 일기장을 가지고 왔습니다. 나중에 자기 아들에게 읽히고 싶다며 내놓은 그의 일기장을 통해 군 생활 중인 아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의 영적 상태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아들의 일기를 통해 확인한 것은 군 생활을 매우 즐겁고 보람 있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 더 깊어지고 풍성해졌다는 것입니다. 또 자신의 비전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재학 중에 군에 간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선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길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된 모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의 기쁨을 더 뜨겁게 경험하고 찬송의 즐거움도 더 커졌다는 것을 일기장을 통해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입대초기 교육사령부에서 훈련을 받던 때는 매일 보내온 편지를 통해 그가 하나님을 더욱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은 때에 접한 그의 일기장은 그것을 더 많이 보게 했습니다.

훌륭한 목사보다 두 자녀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던 필자는 늘 자녀들 곁에 든든한 후원자이며 좋은 친구 같은 아빠 노릇을 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아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려고 하였으며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알아서 해주는 아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를 떠나 군 생활을 하는 아들은 아버지의 손길이 미칠 수 없는 곳에서 비로소 하늘 아버지를 더욱 확실하고 건강하게 만난 모양입니다. 스스로 예배의 감격을 체험하고 인생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일기장은 그 자신의 영적 성숙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들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매우 든든하고 때론 전능하게(?) 보이는 아버지가 오히려 하늘 아버지와의 만남을 가로막을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살짝 비켜나서 땅의 아버지보다 하늘 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창세기의 야곱이나 요셉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고, 또 아버지로부터 격리되었을 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보다 분명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늘 곁에 있는 아버지, 든든한 힘이었던 아버지를 떠나므로 비로소 아들은 보이지 않던 하늘 아버지를 눈에 보듯, 손으로 잡듯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일기장으로 인해 내가 꿈꾸던 좋은 아버지는 과연 어떤 것일지를 더 많이 생각했습니다. 가장 좋은 아버지는 하늘 아버지에 대해 눈 뜨게 해주고 그분을 간절하게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아들의 일기장은 나로 하여금 진정으로 좋은 아버지 역할이 어떤 것인지 깨우쳐 주었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