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국가홍보 전문가 유재웅 교수에 듣는 이미지 제고 이론과 실제

입력 2013-08-06 17:34


“국가 이미지는 나라 경쟁력… 대통령 직속 위원회 둬야”

우리나라는 지구촌 시민들에게 부패지수 세계 상위권, 교통사고 세계 상위권, 국민행복지수 세계 하위권 등등 우울하고 살기 힘든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 한류의 생산국이고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지구상 유일한 국가이지만 국제사회에서 그만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국가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을지대 유재웅 교수를 만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랜 독재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성공적인 민주화를 통해 나날이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다른 나라 국민들이 몰라도 너무 몰라주기 때문이다. 국가홍보를 게을리한 소치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왜 국가 이미지 관리가 그다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지.

“국가 이미지는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이다. 이미지란 추상적인 개념이 결코 아니며 중요한 자산이다. 예를 들어 요즘의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 광고를 하는 대신 이미지 광고를 한다. 이것이 무얼 말하는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줘야 제품이 잘 팔리기 때문 아니겠는가. 어떤 연구에 따르면 좋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줬을 때 평균매출이 20∼30% 올라갔다고 한다. 국가 간 경쟁에서 이미지가 좋을 때 그 나라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가령 같은 제품이면 말레이시아 산을 살까 미국산을 살까 하는 문제의 결과는 자명하지 않는가.”

-체계적인 국가 이미지 관리 기구인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없어졌는데 다시 만들어야 하나.

“현 정부는 이미지 관리 기구가 없다. 다만 만든다면 이명박정부처럼 각 부처에서 파견받은 공무원으로 구성하지 말고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가 됐으면 한다. 특정 부처 산하에 둘 경우 자칫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처간 엇박자가 생길 가능성도 많다. 김대중정부 당시 정부의 슬로건은 당시 월드컵 개최 열기를 염두에 둔 ‘다이내믹 코리아’였는데 한국관광공사의 구호는 이와 맞지 않아 외국인들에게 혼동을 준 경우가 있었다.”

-휴가 중 저도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냉장고 패션 등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은.

“국가 이미지를 살리는 데 있어 대통령의 이미지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물론 정책이 중요하지만 행사에서 대통령이 입는 옷 하나하나가 모두 국민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은 그가 든 가방이나 입는 옷 하나하나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이른바 냉장고 패션이 불티나게 팔리지 않았나. 페이스북에 공개된 박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소탈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다가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보여진다. 보통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입고 휴가를 즐기는 모습은 평소 국무회의에서 보여줬던 남자 못지않은 근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았나. 다만 스틸사진만 공개돼 좀 아쉽다. 현대는 비디오 영상시대인데 동영상도 한번 돌렸으면 더 낫지 않았나 생각된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아쉬웠다는 말이다. 특히 장소 선정에 있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돌아가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연상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향수를 불러온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킬 장단기적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단기적으로는 우선 국가 이미지를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복원해 역대 정부의 국가 홍보 전략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계승할 것과 발전시킬 것을 분석해야 한다. 외국어로 된 한국소개 책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보를 실어 나를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주느냐도 중요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다른 외국인보다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 만큼 그들 한명 한명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 스노볼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를 널리 알릴 얘깃거리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 문화를 상품화해 널리 알리자는 말이다. 이를테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독특한 아이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외국 인사들을 잘 관리해 세계 곳곳에 지한파 내지는 친한파 인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국가 홍보의 선구자로서 역대 정부의 국가 이미지 홍보 정책을 비교하자면.

“DJ정부가 국가 홍보의 시동을 걸었고, 노무현 정부가 이를 승계 발전시켰다면 이명박정부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이를 국가홍보의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계획적으로 이를 실천했지만 시스템이 취약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명박정부 때는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매우 노력했다. 문제는 의욕만 앞서 다양하게 펼치기만 했으며 초당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급조된 측면이 많았다. 물건을 팔아본 대기업 CEO 출신이라 홍보 마인드는 돼 있었는데 이 일이 정권 차원을 떠난 항구적인 일이라는 인식은 없었다. 이명박정부가 만든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해마다 공개한 한국의 이미지 순위는 2011년 기준 세계 19위이지만 국제적으로 많이 인용되는 안홀트-GfK 로퍼 국가브랜드 지수에서는 27위로 밀렸다. 당연히 홍보성 조사라는 의심을 샀다.”

-성공한 국가 홍보 사례로 뉴질랜드가 자주 인용되는데 다른 국가는 없나.

“노르웨이다. 인구 600만의 작은 나라이고 변방국가이지만 실제 국력보다 국제 사회의 이미지가 매우 좋다. 바로 선택과 집중 덕분이다. 노르웨이는 홍보 타깃을 ‘평화’로 잡고 이 콘셉트에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략적인 면에서도 정부와 민간이 일관되게 협력해 정권과 무관하게 국가 이미지를 계속 향상시키고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와 같은 국가 슬로건이 한때 사용되다 슬그머니 사라졌는데.

“국가 슬로건은 국가를 한마디로 표현하기 때문에 엄청 중요하다. 또 필요하기도 하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노무현정부 때까지 사용되다가 갑자기 실종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사용하라 하지 마라 아무 말이 없어 그냥 사라졌다. 슬로건이 없는 국가와 사회는 ‘오리무중 사회’로 비유할 수 있다. 국민들이 정부의 목표 지향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슬로건을 만들 때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가급적 오래 가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신중하게 만들지 않으면 슬로건이 슬로건을 잡아먹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외국인용이니만큼 외국인을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국가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포장만 그럴듯하고 실속은 없지 않을까라는 견해에 대해.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이미지로 국가의 평판을 끌어 올릴 수가 있지만 역시 실질적인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평판이다. 이미지는 주관적인 막연한 생각에 불과하지만 평판이란 객관적으로 손에 잡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지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평판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나라의 실체가 더욱 좋아져야 가능할 것이다.”

유 박사는 터키에서 가수 싸이의 노래가 대유행하고 있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한류스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국가브랜드 지수를 측정하는 도구가 없어 당분간은 이 분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웅 교수 약력

△경기 고양(55) △제23회 행정고시 △문화공보부 방송과 사무관 △청와대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국무총리 국민소통자문위원 △저서로 ‘정부 PR’ ‘한국사회의 위기 사례와 커뮤니케이션 대응 방법’ ‘국가 이미지’ 등 다수

만난 사람=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