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원전비리…200억 계약 맺고 140억 빼돌려

입력 2013-08-06 17:02

[쿠키 사회] 실패한 원전 부품 국산화 기술로 한국수력원자력㈜와 200억원대 계약을 체결하고 140여억 원을 받아 챙긴 부품업체의 납품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6일 한국수력원자력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따르면 한수원은 자체 감사결과 원전납품업체 H사 황 모(54) 대표와 고리1발전소 전 기계팀 차장 이모(46)씨를 지난달 29일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황 대표 등은 터빈 밸브작동기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한수원을 속인 뒤 2008년부터 3년간 수의계약을 통해 밸브작동기 24대(대당 5억여 원)를 납품해 141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원전 가동 중단 사태를 부른 불량 제어케이블 납품 규모도 59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이들은 한수원에 보관 중인 외국산 제품을 빼돌려 마치 국산인 것처럼 속여 납품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또 2011년 제한경쟁에 참여한 뒤 특허권자라는 이점을 활용해 터빈 밸브작동기 12대(약 68억원)의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입찰 부정이 적발되면서 계약은 중간에 파기됐다.

H사와 고리원전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해 2007년 11월 터빈 밸브작동기를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핵심 부품 서브실린더를 ‘피스톤실 방식’에서 ‘패드실 방식’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며 특허까지 받았다. H사와 함께 관련 작업을 했던 한수원 직원이 바로 이 전 차장이었다. 한수원은 최근 강도 높은 자체 감사를 벌여 “패드실 서브실린더 개발은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한수원은 또 고리1발전소의 터빈 밸브작동기를 분해해 패드실 실린더가 있어야 할 곳에 외국산 피스톤실 실린더가 장착된 것을 확인했다. 2008년 첫 납품 당시 서류와 관련자 등을 조사한 결과, 처음부터 패드실 실린더는 장착되지 않았다.

한수원 감사실은 대당 3000만원에 달하는 고가 피스톤 실린더 상당량이 고리1발전소에서 사라진 정황을 잡고, 분실된 제품이 결국 H사에 넘어가 터빈 밸브작동기에 재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내부 부품을 바꿔치기 해도 외관상 표가 안 나는 허점을 이용했기 때문에 수개월 간 정밀감사를 한 뒤에야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