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시리아 내전 29개월

입력 2013-08-06 17:29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르완다는 최근 인종화합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킨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대학살’이나 ‘난민’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1994년 다수 부족인 후투족과 소수 부족인 투치족 사이의 내전으로 100여일 동안 무려 80만∼100만명이 숨진 탓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짧은 시간에 이뤄진 대학살이었다. 유엔이 창설 이후 처음으로 르완다 내전 사태를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로 규정한 이유다. 이때 3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당시 르완다 전체 인구 1000만 명 중 40% 정도가 숨지거나 국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전쟁 등으로 인해 조국에서 쫓겨나거나 피신한 난민이 세계적으로 4520만명에 달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난민은 760만명으로, 평균 4.1초마다 난민 1명씩 생겨났다고 한다. 말리와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르완다 사태 이후 난민이 가장 많이 늘었다.

시리아 난민도 급증했다. 내전이 발발한 2011년 3월부터 지금까지 시리아 국민 2200만명 가운데 600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200만명 가까운 시리아인들이 레바논과 요르단 터키 등 인접한 다른 나라로 피신했고, 400만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 시리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인구 400만명의 인접국인 레바논에 100만명의 시리아인이 수용돼 있다고 나와프 살람 유엔 주재 레바논 대사가 말했다.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인접국에서는 치안 문제는 물론 위생 교육 고용 등 여러 분야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때문에 시리아 난민이 지역적 위기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게 될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시리아 내전 사망자는 10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6월에 시리아에서 9만3000명이 숨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달 만에 7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18세 미만의 아동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와 반군 양측이 소년소녀들을 전쟁에 동원하면서 3명 중 1명이 총격 또는 폭행을 당했다거나, 정부군이 반군과 관련된 소년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성고문까지 자행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벌써 2년 5개월째다. 시리아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하는 건 죄악이다. 국제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 도출에 나서야 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