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장밋빛 전망의 위험한 유혹
입력 2013-08-06 17:28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대비)이 9분기 만에 0%대를 탈출하자 정부는 물론 언론도 경기호전의 신호로 환영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2.7%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최소한 3.5% 성장률을 거두어야 한다. 작년 하반기 성장률이 부진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하반기 3.5% 성장률 달성은 녹록한 목표가 아니다.
하반기와 내년에 세계경제는 과연 회복세를 이어갈 것인가. 금년 세계 경제는 미국과 일본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 경제가 침체되어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GDP 성장률은 2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1.7%를 기록함으로써 강한 회복세를 나타냈으며, 가계 소비심리와 기업의 제조업지수가 크게 호전되고 있다. 유럽 경제도 바닥을 통과하고 있어 호전을 기대하는 전망도 있다. 하반기 세계 경제가 미국 주도로 호전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 가지 큰 의문이 남아 있다. 첫째는 과연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 회복을 주도할 만큼 큰 폭의 호전을 보일 것인가. 둘째는 미국 경제의 금융완화 중단 위험과 재정절벽의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셋째는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금융완화의 충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한편 그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왔던 중국 등 브릭스(BRICs) 경제들이 전반적으로 조정단계에 진입하여 상당기간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의 하방위험에 대한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IMF가 발표한 작년 7월과 금년 7월간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비교해 보면, 금년 성장률은 무려 0.8% 포인트, 내년 성장률은 0.4% 포인트 낮추었다.
현재 시점에서 세계 경제 전망은 단기적으로는 낙관론이 강하고, 구조적으로는 하방 위험론이 강하다고 요약된다. 단기적 낙관요인과 구조적 하방 위험요인 간에 어느 편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경제전망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즉 단기적인 낙관론은 하반기의 회복세가 내년의 상승세로 이어져 2015년부터 세계경제는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장기적 낙관론으로 연결된다. 반면에 하방 위험론의 관점에서는 하반기 세계경제의 흐름 자체가 낙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세계경제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하방위험이 완화되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으며, 내년에도 회복세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다.
낙관적인 경제전망은 누구에게나 듣기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낙관론의 유혹에 빠질 경우 자칫 중요한 점을 놓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가 낙관론에 사로잡혀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험에 대응을 소홀히 하거나,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낙관론은 우리 경제주체들에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힘든 노력보다는 주로 세계경제의 호전에 힘입어 수출로 다시 저성장의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려는 안이한 대책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세계경제의 하방위험론은 듣기 불편하지만 우리 경제가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을 담고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의 금융완화 조치가 중단될 경우 발생할 세계금융시장의 충격에 어느 국가보다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위험을 안고 있다. 또 중국 경제의 성장기조가 7%로 조정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중국 경제에 성장 견인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 주체들의 각고한 노력 없이 과연 세계 경제의 호전 덕분에 우리 경제가 저성장국면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보고하기 좋은 달콤한 단기 회복론 대신에 저성장 기조 극복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낙관론의 기분 좋은 뉴스가 아니라 고통을 치르더라도 저성장의 굴레를 끊을 수 있는 결연한 구조개혁의 비전이다.
김동원(고려대 초빙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