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3) 방글라데시 쓰레기 매립장 빈민촌 찾은 지형은 목사

입력 2013-08-06 17:50 수정 2013-08-06 18:49


“아이들 온종일 악취나는 쓰레기더미 뒤져 음식 찾아 먹고 재활용품 모아 가족 생계”

서울 성수동 성락교회 지형은(56) 담임목사는 지난해 다녀온 방글라데시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찡하게 저며온다.

“저도 어렵게 자란 세대라 가난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방글라데시 다카의 빈민촌을 둘러보며 요즘도 이런 삶이 가능할까 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고 제 목회가 해외선교 및 구호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 목사는 당시 이광기 홍보대사, 월드비전 간사들과 쓰레기매립장 근처 빈민촌 등을 둘러보았다.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쓰레기를 줍거나 일터에 내몰린 아들의 모습은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쓰레기매립장은 코를 찌르는 악취를 뿜어내 일반인들은 잠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쓰레기차가 도착해 음식과 폐기물을 쏟아내면 가축들과 아이들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든다. 상한 데다 파리 떼까지 들끓는 버린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아이들. 그 가운데 종이와 비닐 등 재활용품을 찾아내는 어린이들의 손길이 바쁘다. 그래도 이렇게 번 돈으로 가족들이 먹을 하루치 식량을 사는 소년소녀가장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지 목사는 방글라데시 이중환 선교사의 안내를 받아 선천적 장애로 걷지 못해 좁은 방안에만 갇혀 지내는 소녀 디뿌(17)를 만났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경련이 일어난다는 디뿌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병원이란 곳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장애가 있는 아버지로서는 치료는커녕 진찰비도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 목사는 말라버린 다리에 수시로 경련을 일으키는 디뿌를 시내 병원에 데려가 일단 진찰을 받아보자고 손을 잡았다. 처음으로 병원에 간 디뿌는 치료가 어려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놀랍게도 다리에 신경이 살아있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의사가 지속적인 치료만 하면 걸을 수도 있다는 말에 디뿌는 일행을 만나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치료비였다.

한국에 돌아온 지 목사는 성락교회 성도들에게 디뿌의 사연을 전하며 특별헌금을 하자고 제안했고 즉시 적지 않은 치료비가 모였다. 지 목사는 이후 이 선교사와 계속 연락하며 이어지는 디뿌의 치료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여차하면 의료 수준이 높은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아시아 최빈국이란 말이 그냥이 아닙니다. 현실을 보니 웬만한 아프리카 기아를 넘어서고 있어요. 따라서 어느 나라보다 도움이 필요한 나라인 것 같아요. 가난이란 굴레 속에 속절없이 방치되고 있는 어린이들을 향한 도움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지 목사는 방글라데시를 다녀온 뒤 현지 어린이들과 결연하고 매달 3만원씩 보내 학비와 학용품, 식량을 지원하는 월드비전 ‘밀알의 기적’ 후원 캠페인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성도들에게 사연을 충분히 소개한 효과가 컸는지 300여명이 기꺼이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이미 다른 NGO와도 결연해 후원 중인 성도들이 많은 상황이었지만 참여폭이 컸던 것은 그만큼 방글라데시의 어려운 사정이 성도들에게 성큼 마음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매달 3만원에 한 아이의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보다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보다 좀 더 많이 가진 우리들이 가진 것 중에서 조금만 나눠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지 목사는 교회 순수예산 20%를 국내외 선교 및 구제에 사용하고 그 범위를 넓혀가는 ‘소울(Soul) 프로젝트’를 교회 성도들과 추진 중이다. ‘소중한 울타리’란 뜻과 ‘영혼’ 구원의 의미가 담긴 이 프로젝트는 해외 어린이 구호 외에도 전 세계를 12개 지역으로 나누고 장로들이 부서를 책임지도록 해 함께 뜨겁게 기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션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회가 선교에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

선교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관망을 거쳐 한번 시작한 선교는 중단하지 않고 헌신하겠다고 밝힌 지 목사는 “당장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방글라데시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이어주는 1대 1 아동결연 후원(02-2078-7000)을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