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뽀’ 이젠 안녕… 32년 만에 막내려

입력 2013-08-05 18:28


미취학 아동들의 ‘TV 엄마’ 역할을 해온 MBC TV ‘뽀뽀뽀 아이조아(뽀뽀뽀)’가 7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1981년 5월 25일 첫 방송된 ‘뽀뽀뽀’는 아동들이 동요와 율동 등을 쉽고 재밌게 익힐 수 있도록 꾸며진 최초의 유아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방송사적 의미도 지니는 프로그램이다.

MBC는 5일 “‘뽀뽀뽀’를 보고 자라난 아이들은 이제 그 나이 또래의 아이를 가진 부모가 됐다. 그러나 교육 환경을 비롯한 삶의 전반이 다변화하면서 현행 유아 교육 프로그램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어 ‘뽀뽀뽀’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MBC에 따르면 ‘뽀뽀뽀’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숱한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KBS1)보다는 1년 늦게 시작했지만 방송 횟수(종영일 기준 7754회)는 단연 으뜸이다. 총 방송 시간은 4000시간이 넘고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PD 숫자는 100여명에 달한다.

방송에선 총 4만여 곡의 동요가 불려졌는데, 이 중 많은 노래는 아이들의 애창곡이 됐다. 특히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로 시작되는 주제곡은 ‘국민 동요’ 반열에 올랐다.

프로그램 상징인 ‘뽀미언니’를 맡은 인물은 총 24명이다. ‘1대 뽀미언니’ 왕영은을 시작으로 최유라 장서희 이의정 조여정 등 방송인·배우 출신들이 ‘뽀미언니’로 분하며 사랑을 받았다.

김경화 이하정 양승은 나경은 등 아나운서 출신들도 ‘뽀미언니’ 자리를 거쳐 갔다. ‘뽀식이’ 캐릭터를 맡은 개그맨 이용식, ‘뽀병이’를 연기한 개그맨 김병조 등도 이 프로그램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뽀뽀뽀’가 항상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특히 1993년엔 저조한 시청률로 주 1회 50분으로 축소 편성되며 존폐 기로에 섰다. 당시 시청자 단체들은 ‘뽀뽀뽀 살리기 운동’을 벌여 프로그램을 ‘원상 복귀’ 시켰다. 프로그램이 ‘뽀뽀뽀 아이조아’로 이름을 바꾼 건 2007년 4월이었다.

한편 ‘뽀뽀뽀’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은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차트엔 이날 한때 ‘뽀뽀뽀’가 1위에 랭크됐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뽀뽀뽀’라는) 이름은 그대로 놔두고 방송 구성만 바꾸면 안 되느냐” “종영 결사반대” 같은 글이 잇달아 게시됐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한석현 간사는 “부모와 아이가 추억을 공유하는 장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폐지 결정 이전에 시청자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는 단계가 선행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뽀뽀뽀’ 후속으로는 이정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똑?똑! 키즈스쿨(가제)’이 전파를 탄다. MBC는 ‘똑?똑! 키즈스쿨’과 관련, “TV를 통해 누구나 균등하게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영·유아 영재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