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들 ‘지자체 예산지침’에 강력 반발

입력 2013-08-05 18:16 수정 2013-08-05 22:20


전국 지방공무원들이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일·숙직비 한도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등 지역별, 부서별 근무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충북·경기·부산·광주 등 지자체 공무원노동조합은 5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맞춤형 복지제도 최소화, 일·숙직비와 여비 제한, 능력개발비 폐지 등 안전행정부의 지침은 일방적으로 시달됐다”며 “일·숙직비와 여비 등은 부당한 재정 낭비나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앞서 안행부는 지난달 30일 지방공무원 일·숙직비 한도를 하루 5만원 이내로, 월액여비도 13만8000원을 한도로 하는 내용 등이 담긴 ‘2014년도 지자체 예산편성 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교부세 지급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 안행부는 “일부 지역 공무원 일·숙직비가 최고 9만원까지 상승하는 등 지자체별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방공무원들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지침에 나타난 맞춤형 복지제도 기준액을 적용하면 충북도 등 농촌형 광역단체(9개)의 지급액은 1인당 110만7000원이다. 청주시 등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형 기초단체(15개) 기준액 124만4000원보다 13만7000원이 적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혜택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일·숙직비 한도를 5만원으로 정할 경우 보통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5시간을 근무하는 숙직 공무원이 받는 수당은 시간당 3333원이 된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5210원보다 1877원이나 적다. 출장공무원의 여비 월정액을 13만8000원으로 제한한 데 대해서도 부서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안행부가 지방자치를 무력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세수 사정 등을 감안, 시의회 등과 협의해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데 일방적 지침 통보는 문제”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한 5급 공무원도 “중앙정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 공무원노조 대표들은 이날 안행부를 항의 방문해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뜻을 전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방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공무원노조의 반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