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軍간부 피살… 알카에다 테러 시작됐나
입력 2013-08-05 18:17 수정 2013-08-05 22:26
알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 예멘에서 현지 군 고위간부가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 피살됐다. 이번 사건은 미국 등 테러 표적으로 거론되는 서방 국가들에 테러 임박 신호로까지 받아들여진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은 중동·북아프리카 등 잠재 위험 지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신화통신 등은 예멘 정치보안국 모하메드 알 마마리 중장이 4일(현지시간) 예멘 중부 바이다주의 한 재래시장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무장 남성 2명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고 전했다. 알 마마리 중장은 근무 후 자신의 차를 운전해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현지 경찰은 알카에다 조직원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범인들이 숨진 알 마마리 중장 옆에 놓고 간 전단에는 ‘최근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대한 복수’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 30일 예멘 남부에서는 미군 무인기 공격으로 알카에다 조직원 3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정부가 예멘을 테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은 와중에 발생해 주목된다. 예멘 정부 관계자는 3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 위협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미국의 무인기 공격이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를 초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예멘 일대 미군 무인기 공격은 2011년 18회에서 지난해 53회로 급증했다.
미 국무부는 4일 성명을 내고 예멘 수도 사나 등 19개 지역 재외공관의 운영중단 기간을 오는 10일까지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예멘 주재 대사관 인근에는 탱크 12대를 배치한 상태다. 영국과 프랑스도 4∼5일 폐쇄한 예멘 주재 대사관을 각각 이번 주말과 목요일까지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대규모 테러 임박설로 미국 거주자들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항 입국자들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됐고 지하철역 안에서도 승객을 상대로 보안 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3일 오전 11시30분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는 승객이 맡기려던 짐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공항을 사실상 폐쇄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팜비치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발권 창구 근처에 있던 승객의 수화물에서 정체불명의 전자음이 난 게 발단이었다.
공항 직원들은 문제의 짐을 열어보지 않고 바로 보안팀에 신고했다. 보안팀이 폭발물 탐지 전문가들을 소집해 공항으로 진입하는 사이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고 승객들은 모두 대피했다. 전문가들이 각종 장비를 이용해 확인한 결과 짐 속에서 난 소리는 디지털시계 알람이었다. 공항이 정상화되는 데는 3시간 이상 소요됐다.
미국 정치인들은 저마다 테러 위협의 심각성을 쏟아내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간사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의원은 NBC방송에 출연해 테러조직 간 교신 내용을 언급한 뒤 “최근 수년간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며 “9·11테러 직전에 본 상황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첩보”라고 말했다. 그는 “테러가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창욱 양진영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