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20조원 돌파… 국내 경제 ‘뇌관’
입력 2013-08-06 05:01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투자된 차이나머니가 2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리커노믹스’로 인해 중국의 자본시장이 경색되면서 차이나머니의 급격한 유출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에 유입된 차이나머니 잔액이 19조8600억원이라고 5일 밝혔다. 이는 2008년 말 4711억원에 비교해서 무려 42배나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부동산에 투자된 1조3243억원을 더하면 국내 투자된 차이나머니 잔액은 올해 처음 20조원을 넘어섰다.
차이나머니가 가장 몰린 곳은 채권 시장이다. 중국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지난해 말 10조7920억원에서 불과 6개월 만에 1조7140억원(15.9%) 증가한 12조506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채권 투자 외국인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12.4%로 중국은 현재 국내 채권 3위 보유국이다.
국내 투자된 차이나머니의 운용 주체는 대부분 국가기관이었지만 최근에는 민간자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의 중국 비중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2009년 말 1조4870억원이었던 중국의 국내 주식 투자잔액은 지난 6월 7조354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1∼6월 사이 미국과 영국이 국내 주식을 각각 6조5660억원, 4조9630억원어치 팔아치울 때 중국은 오히려 1조8610억원어치 사들이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차이나머니의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리커노믹스의 핵심은 경제 다이어트다. 저성장을 감수하고서라도 체질 개선을 통해 경제 구조를 선진화하려는 의도다. 그 중심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개혁이 놓여 있다.
그림자 금융이란 증권사나 신탁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기능 등을 통칭하는 명칭이다. 막대한 신용공급으로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지만 투자 과정이 불투명해 금융시장의 ‘지뢰’로 꼽혀왔다. 이에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급격한 신용경색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 여파로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중국 자금의 대규모 유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주가 하락은 물론 자본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한나 연구원은 “차이나머니의 국내 투자 방향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바뀌고 있어 단기자금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중국의 유동성 경색이 본격화되면 국내 투자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을 기점으로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유출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중국의 내부 금융사정이 급변하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