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푸는 日, 돈 죄는 中… ‘샌드위치’ 한국경제 몸살 징후

입력 2013-08-06 05:02


인위적인 경기부양 억제와 강력한 경제개혁 조치로 요약되는 중국 리커노믹스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면서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우리 기업들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경제가 경색되면 우리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제한 돈풀기로 정의되는 일본 아베노믹스의 엔저 공세로 수출 기업들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리커노믹스의 부작용까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는 심각한 몸살을 겪을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일 “중국이 경제성장 패러다임 자체를 수출이나 투자에서 민간 소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장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중국 수출이 4분의 1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우리 경제에 대한 최대 위협이 아베노믹스와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움직임이었다면 하반기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최대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리커노믹스는 가능한 인위적 경기부양을 억제하는 동시에 강도 높은 경제개혁 조치를 통해 중국 경제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리커노믹스가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경기침체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중국 금융시장에 나도는 돈이 줄어들고 기업 활동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7%대 성장률만 유지한다면 경착륙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최악의 경우 4∼5%대까지 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경착륙은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우리 경제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형인 데다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기업·수출·제조업 위주의 한국 경제를 중소기업과 내수·서비스 산업이 주도하는 경제로 체질을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기도 전에 리커노믹스와 아베노믹스 때문에 근혜노믹스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커노믹스로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우리나라도 수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실물 분야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강도 높게 지속될 경우 실물과 금융 양쪽 부분에서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은 경쟁력이 낮아지고 일본에서 쏟아져 나온 유동성이 한국으로 드나드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어서다.

특히 리커노믹스와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우리 경제는 더 큰 치명타를 입게 된다. 중국의 경우 경제개혁 조치가 수포로 돌아가고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일본도 경제 실패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기의 회복세를 더욱 늦추는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우리나라 정부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리커노믹스와 아베노믹스에 대한 대응책은 굉장히 긴 시계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세종=백상진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