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경마’… 도박에 빠진 공직자들

입력 2013-08-05 18:08

평일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경마장을 드나든 국립대 교수 등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환기 공직기강 특별점검’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인교육대 A교수는 2006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경마를 하는 데만 1억5096만원을 썼다. 이 기간 A교수는 305차례 경마를 했으며 ‘베팅’ 횟수만 2783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대부분이 근무시간에 근무지인 학교를 이탈해 즐긴 것이었다.

A교수는 금요일에 강의 일정이 없다는 이유로 수차례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경마장으로 직행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경마를 했다. A씨는 심지어 강의 보충수업이 예정돼 있던 날에도 교무처장에게 보강계획서만 제출한 채 수업을 하지 않고 경마장에 갔다. A교수는 한번 경마장에 갈 때마다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30만원까지 돈을 썼다.

충남 예산군청 소속 공무원 B씨는 전국에 구제역이 번져 초비상이 걸렸던 2010년 12월∼2011년 3월 비상근무 명령을 받고도 13번이나 구제역 현장을 무단으로 이탈해 경마장에 갔다. B씨는 경마장에 가기 위해 자신의 업무를 현장의 민간인에게 맡기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직원 C씨도 지난해 4월 출장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화상 경마장에 가는 등 지난해 2∼9월 사이 14번 근무지를 벗어나 796회 경마를 했다.

제주도의 한 공립학교 교사 D씨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51차례 근무지·출장지를 무단 이탈해 경마장으로 갔다. 이 가운데 13번은 예정돼 있는 수업 일정을 지키지 않고 학생들을 내버려둔 채 경마장에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공직자 22명이 근무시간에 경마를 즐겼다가 덜미를 잡혔다. 감사원은 각 기관에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밖에 허술한 회계시스템을 이용해 국고 2억원을 빼돌린 공무원도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 소속 회계 담당 공무원 E씨는 재무관이 지출결의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보수명세서에 직원들 월급을 부풀려 써넣어 결재를 받았다. E씨는 보수 지급 후 남은 차액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2007년 3월부터 2010년 1월 사이 67차례에 걸쳐 2억6545만2780원을 횡령했다. 감사원은 성시헌 기술표준원장에게 E씨를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