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카페가 변한다… 주민들 위한 개방형 쉼터로 인기

입력 2013-08-05 18:07


교회에 카페형 친교실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처음엔 교인들 간 친교를 위해 다소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카페 붐이 일어나며 교회카페는 지역사회에 개방된 주민들의 쉼터로 발전했다. 이제 교회카페는 소외계층을 위한 수익금 기부와 청년·어르신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와의 접점을 늘려가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목양감리교회(김완중 목사) 내 카페 ‘숲’ 입구에는 ‘당신의 커피 한 잔이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된다’는 내용의 유인물이 놓여 있었다. 2011년 12월 문을 연 이 카페는 매출의 10%를 커피 원산지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기부한다. 기독교 공정무역 커피업체 ‘커피밀’을 통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커피를 공급받고, 판매액의 일부를 다시 기부해 현지의 학교 건설 등 교육기금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사역이 안정되면 어르신이나 실업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아예 어르신 일자리를 위해 카페를 세운 교회도 있다. 인천 부평구의 카페 ‘외할머니’는 등불감리교회 김헌래 목사가 노인 구직용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특별한 기술이 없는 어르신 6명이 일하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곧 선교”라며 “교회가 먼저 다가가 무너져 가는 마을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시대, 청년을 돕기 위해 카페를 운영하는 교회들도 생겨나고 있다. 2011년 교회 1층에 카페를 만든 성복중앙교회(길성운 목사)는 수익금 전액을 고려대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달한 장학금이 1800만원이 넘는다. 교회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도로와 마주한 교회 외벽을 아예 허물었다. 교회와 입구도 따로 있어 겉에서 보면 교회인지 카페인지 쉽게 알 수 없다. 길 목사는 “교회 스스로 문턱을 낮추고 사회와 마주하지 않으면 교회의 공공성은 회복될 수 없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6가 중앙성결교회도 새로 마련한 안식관에 협동조합 방식으로 카페를 열어 청년들을 고용할 계획이다.

교회카페가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주변 상권과 충돌하거나, 운영이 제대로 안 돼 교회 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례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는 지역 교회들이 힘을 모아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방식으로 카페를 공동 운영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EYCK 설윤석 총무는 “이제는 지역 상권과 충돌하지 않는 입지에 교회들이 공동으로 카페를 여는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며 “공동운영 카페가 갈등 없이 주민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청년과 노인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