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업계 ‘애국심 광고’ 올인 왜?
입력 2013-08-05 18:02 수정 2013-08-05 15:22
구글과 애플이 미국인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IT 업체들이 최근 미 정부의 제조업 지원 정책에 편승해 보호무역 우산 아래 숨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구글에 인수된 이후 처음 만든 스마트폰 모토X를 8월말에서 9월초 사이에 미국에서 판매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양은 4.7인치 HD급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와 10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사양만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4보다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토로라가 이 제품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Assembled in the USA’(미국에서 조립됐다)라는 문구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모토로라는 미국 신문에 이 문구를 담은 광고를 선보인 바 있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도 미국 내에서 제조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애플도 최근 광고를 통해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디자인됐다) 문구를 앞세우고 있다. 애플이 중국에서 제품을 위탁 제조하고 있지만 디자인은 미국 내에서 한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애플이 미국 기업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다.
애플은 올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전문가용 데스크톱 컴퓨터인 ‘맥 프로’ 신형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 컴퓨터의 운영체제(OS)인 맥OS 새 버전의 이름도, 그동안 고양이와 동물의 이름으로 불렀던 전례를 깨고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주 내의 한 지명인 ‘매버릭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제품 수입 금지 권고를 거부한 것도 애플의 애국심 마케팅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과 애플이 최근 들어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제조업 부흥을 중요한 가치로 내건 오바마 정부의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 기업이 제조공장을 미국으로 유턴하면 각종 세제 혜택과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월풀, 캐터필러, 콜맨 등은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키로 했고 GM, 포드 등 자동차 업체들도 미국 내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은 애리조나 주 공장 설비 현대화를 위해 65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의 제조업 비중과 제조업 고용자 수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보호주의 무역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